2024.01.07
태기산 양구두미재에 도착, 6시30분이지만 벌써 주차장엔 차량들로 가득하고 갓길에도 길게 주차되어 있다.
새해 첫 일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눈꽃산행을 위해 찾아온듯 하다.
네비에는 양구두미재 또는 경찰전적비, 무이쉼터로 검색하면 찾아올 수 있다.
내려와 찍은 사진으로 차량통행이 금지되어 있는 차단막을 통과하면서 태기산 등산이 시작된다.
6시35분 출발, 아이젠과 방한장갑, 넥워머, 렌턴 등 바람이 거센 태기산이기때문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스틱은 별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꽁꽁 얼어붙은 나무들은 내린 눈에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휘어지고 부러져 있을 정도니 태기산의 겨울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오늘은 TMC(둘이가는 산악회) 대장과 함께 신년 첫 산행에 나섰다.
등산로는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넓은 임도로 이어져 있기때문에 등산이라기 보다는 트레킹에 가깝다.
걸은지 1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 어느새 날이 밝고 푸른 상고대가 장관을 이룬다.
상고대라기 보다는 빙설에 가까울 정도로 가지마다 얼음덩어리들이 뭉쳐있는 모습이다.
새벽까지 눈이 내렸고, 도착한 뒤에도 간간히 눈발이 날렸던 오늘 날씨, 8시부터는 해가 나와 맑음이라는 예보를 믿고 일출을 보려고 일찍 서둘렀다.
얼마나 추운지 카메라 배터리가 금새 방전되어 품에 넣고 녹이기를 반복해야 했다.
폰으로 찍다보니 손이 꽁꽁,,
7시53분, 태기산 정상석이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정상이 아닌 곳에 정상석이 있는 이유는 정상에는 방송 중계소가 있어 군에서 지키고 있기때문에 입산이 통제된다.
해발 1,261m 태기산, 출발후 1시간23분이 걸렸다.
출발지점인 양구두미재가 975m이니 300m 정도의 고도차만 오르면 될만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석 옆 쉼터는 성애가 가득 낀 냉동창고를 연상케 한다.
새벽산행이 피곤했나 눈을 감아버린 대장~
일출시간은 이미 지났고, 안개는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금 이 날씨가 하늘이 열릴 날씨인가???
태기산은 횡성과 평창에 걸쳐 있는 산으로 횡성의 최고봉이다.
본래는 덕고산이라 불렀는데, 진한의 태기왕이 신라와 저항하던 산이라 태기산으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양치식물길이라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곳으로 들어가본다. 일명 상고대터널
가지마다 눈떡이 뭉쳐있어 과해 보이지만 설경이 장난이 아니다.
하늘이 걷히기를 바라며 정상 방향으로 조금더 올라가 본다.
설빙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무들이 대부분 쓰러지고 가지가 크게 휘어져 있다.
산 아래로는 여전히 안개때문에 바로 앞에만 간신히 보이는 정도다.
이 길에서는 바람이 더 세게 불어온다. 더 올라가봐야 하늘이 열릴것 같지도 않고,
그래도 잠시 기다려보는 간절한(?) 마음,,,
하늘이 조금은 열렸지만 짙은 안개구름이 잔뜩 밀려오고 있는 중이다.
파란 하늘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을것 같다는 빠른 판단을 내린 후 이만 내려간다.
추위에 약하디 약한 대장을 배려한 이유가 가장 크다ㅎㅎ
그새 정상석에는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양치식물길 상고대터널 입구에서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밤을 샌 백패커들은 산객들이 올라오면서 이제야 철수를 서두르고 있다.
조금 더 하늘이 열렸다. 일출은 실패했지만 날이 밝으면서 태기산만의 설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어 좋다.
흡사 바닷속 산호를 닮은 설빙이 아름답다.
이제 스케치와 사진놀이는 내려가면서 해보자.
태기산에는 풍력발전단지가 있는데 설경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만큼 바람이 세고 강하다는 얘기다.
아래로 지나갈때면 날개 돌아가는 소리가 엄청 크다. 주변에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들이 떨어져 있는데 날개에서 떨어진 얼음이라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겨울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 새벽부터 움직이느라 힘들긴 했지만 이 설경속에 서있는 지금 그런 것쯤은 아무 일도 아닌게 되었다.
맑은 하늘을 쉽게 보여주지 않는 깍쟁이 같은 모습이다.
지금 시간이 8시48분, 태기산의 바람을 맞은지 두시간이 지나니 손발이 시렵기 시작한다.
아무리 추워도 이 풍경을 놓칠수는 없는 일, 주머니 손좀 빼지~~
청태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다.
이곳에서 양구두미재는 좌측으로 간다.
이후로도 그는 줄곧 손을 빼지 않았다는~
횡성 한우가 서있는 방향으로 크게 돌아가는 길
이쪽 임도는 산너머에서 해가 뜨기 때문에 한동안 그늘을 걸어야 하고, 바람도 제법 강하게 부는 구간이다.
바람에 흔들리면 짤랑짤랑 소리가 날 것 같은 살찐 상고대,
구상나무인가, 무거운 눈얼음에 가지가 축 늘어져 있다.
배터리가 또다시 방전, 폰으로 찍으니 더 파랗게 담긴다.
이제야 하늘이 거의 다 열렸지만 해는 이 산 너머에 있어 여전히 그늘이라 춥기만 하다.
이 지점은 태기분교가 있는 갈림길이다.
우측은 태기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가면 태기분교가 있다.
내려올때 들려보려고 패스했던 태기분교로~
태기분교는 백패커들에게 인기있는 장소이다.
하늘아래 첫 학교, 태기분교
해발 1200m 하늘이 손에 잡힐듯한 태기산 꼭대기 화전민 부락에 세워진 이 분교는, 당시 26세였던 현대판 상록수 이명순 선생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세워지게된 100평짜리 아담한 학교이다.
문이 잠겨 있어 안에는 들어가볼수 없었지만 당시의 학교 모습과 학생들의 생활상을 볼수 있다.
분교 뒷쪽 전나무숲
하늘로 쭉쭉 뻗은 낙엽송도 하얀 옷으로 갈아 입었다.
분교를 나와 하산하는 길이지만 길은 오르막길로 이어진다.
새벽에 이런곳을 지나왔었나 싶게 멋진 풍경이 펼쳐진다.
산 너머에서는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듯 하늘빛은 연신 변하고 있다.
이제 곧 이곳으로도 햇빛이 내려올 모양이다.
태기리의 하늘은 이미 맑음이다. 첩첩이 이어지는 산들이 모두 저 아래로 보이니 태기산이 과연 횡성의 최고봉이 맞는것 같다.
드디어 햇빛이 묻어난다.
오늘 하루종일 햇빛이 내리 쬐여도 쉽게 녹을것 같지 않은 설경이다.
정상 부근의 모습
어디서도 볼수 없는 겨울왕국의 모습, 태기산의 겨울은 오늘도 예쁨이다.
오랜만에 햇빛을 쬐는것 같다. 금새 따스함이 느껴지고,
하산길이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은 저기 보이는 풍차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등산시에는 반대로 저 지점부터 내려가는 길이겠지~
새벽에 지나갔던 길이라 쉬엄쉬엄 풍경 구경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울창한 순백의 나무 사이로 걸어온 길이 보인다.
설빙이 얼마나 무거웠으면 하나같이 저리 다 휘어졌을까~
포크레인 한대가 바가지에 모래를 한가득 싣고 내려가면서 길에 뿌리고 있는 중이다.
빼곡한 숲 위로 태기산의 겨울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풍차가 있는 오르막길을 다 올라서게 된다.
전망대가 따로 있는건 아니지만 길에서 내려다 보는 전망이 너무 아름답다.
뒷쪽 태기산 정상에 위치한 KBS 중계소가 보인다. 통제구역이라 군이 지키고 있고, 정상석은 그 아래 위치하게 되었다.
엘사의 마법으로 얼음궁전이 되었나, 중계탑도 나무도 통신케이블도 모두 얼어버렸다.
내려가는 길에서는 이렇게 썰매를 타는 사람들도 꽤 된다. 태기산에 썰매를 매고 올라오는 풍경은 이제 흔하게 볼수 있다.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고갯마루에 바람개비 동산이 있다.
바람결 따라 그대로 얼어붙은 얼음에 바람개비는 한동안 쉬어도 될것 같다.
이런곳을 그냥 지나칠수는 없지~
미친 하늘빛에 대장도 미쳐가고~ㅋㅋ
추위에 떨어진 텐션도 이곳에서 잔뜩 끌어 올리고 있다.
등산 내내 보게 되니 이제는 나무가 원래 이랬던걸로 보인다.
빛이 드는 설경은 역시 어디를 찍어도 작품이 된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올라오는 산객들이 점점 많아진다.
올려다보면 흘러가는 구름때문에 풍차가 넘어가는것 같은,, 어지럽다~
상고대든, 눈꽃이든, 눈떡이라고 해도 태기산의 설경은 최고의 겨울 성지로 기억될것 같다.
정상석에서도 안찍는 사진을 여기서 몰카 당했다.
대장이 찍어준 사진,,
TMC 대장은 산놀이산악회의 창업멤버로 산악회 총무를 역임하고 있다. 밴드로 운영중인듯 한데 관심있는 인천 분들은 노크해 보시길~
또한 둘이가는 산악회의 대장이다. 참고로 필자는 산놀이산악회 회원이 아님~
양구두미재가 가까워오지만 하얀 설경은 산 꼭대기나 이곳이나 여전히 변함이 없다.
끝없이 올라오는 산객들, 태기산이 이정도로 인기 있는 산이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사실 태기산은 1,200m가 넘는 고산이지만 블랙야크 100대 명산도 아니고, 산림청 100대 명산에도 끼지 못한다.
해발 900m가 넘는 곳에서 시작하기 때문이기도 할테고, 등산로라 할 수 없는 임도길이 끝까지 이어져 있는 탓이기도 할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산객들이 찾는 명산으로 이름난 태기산이다.
겨울이면 성지처럼 꼭 다녀와야 할 명산,
오늘도 태기산은 찾아오는 산객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힘든 이에게는 용기와 위로가 되어주며,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아이같은 즐거움도 선사한다.
그렇게 용기와 위로와 즐거움을 얻고 다시 저 복잡하게 주차된 곳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두 버스가 마주친건지 앞쪽 버스는 계속 후진을 한다.
등산로 입구에서 한참을 내려와도 양쪽 가장자리에는 주차된 차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산행거리 : 10km (실제거리 편도 4.8km)
소요시간 : 3시간45분 (휴식,촬영시간 포함)
오늘도 좋은 산 하나 잘 걷고 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 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
'+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 산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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