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5
3길, 광부의 삶을 돌아보며 걷는 길
구름이 모여드는 동네 모운동, 마을 이름처럼 아침 운해가 가득할까 내심 기대했는데, 휴일 아침 모운동에는 햇살만이 가득하다.
모운동 (운탄고도 마을호텔)
출발시간 06:39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 98-1
2길 종점 모운동 쉼터에서 3길이 시작된다.
스템프 찍는것도 잊지말고~ 출발은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자차를 이용할 경우 주차는 모운동에 하고, 종점인 예미역에서는 대중교통으로 원점회귀할 예정이다.
* 모운동 주차 : 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주문리 98-1 (화장실 앞 공터)
* 예미역 주차 :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200-1 (예미역 옆 무료 공영주차장)
* 대중교통 이용하기
- 모운동 방면 : 덕포시장 입구 승차 (17, 17-1번 주문리 버스, 06:18, 10:03, 14:03, 18:28, 35분소요)
- 원점회귀 : 예미역 (20, 20-1 함백 버스, 07:17, 08:37, 10:07, 11:27, 13:07, 14:27, 16:37, 18:27, 19:37, 37분소요) - 덕포시장 입구 환승 - 모운동 도착
* 하루 4번 있는 주문리 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가장 좋은 시간은 종점 예미역에서 13시07분 버스를 탑승, 13시44분에 덕포시장 입구 정류장에 도착, 내린곳 건너편 우체국 앞에서 14시03분 주문리 버스 환승,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 이 시간에 맞추어 걸으면 된다.
산꼬라데이길 안내
'산꼬라데이'는 산골짜기를 가리키는 강원도 토속어로, 오늘 걸을 운탄고도 3길은 산꼬라데이길 중 광부의길, 명상길, 만경사길과 함께하게 된다.
중간 스템프함은 그 이후에 수라삼거리까지 2.5km를 더 가야 찍을 수 있다.
시간이 되면 코스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망경산사와 만경사에도 잠시 들려볼 예정이다.
올해 1월 겨울에 걸었던 산꼬라데이길을 참고하면 도움이 된다.
https://wonhaeng.tistory.com/403
운탄고도 3길 안내지도
광업소, 폐광터, 삭도, 동발...
탄광산업의 주역이었던 광부들의 흔적을 더듬으며 걷는 광부의 길이다.
석탄산업 호황기에 가장 질 좋은 무연탄을 생산하던 옥동광업소와 철분 가득한 물줄기가 쏟아지는 황금폭포를 거쳐, 1,088m 망경대산을 돌아내려 석항역, 그리고 훌쩍 정선 경계를 넘으면 종착지 예미역에 닿는다.
트레킹을 하며 '운탄고도'의 의미와 가치를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마음 따뜻해지는 길이다.
모운동 - 황금폭포전망대 - 옥동광업소갱도 - 싸리재삼거리 - 낙엽송삼거리 - 망경산사 - 만경사 - 망경대산갈림길 - 수라삼거리 - 석항삼거리 - 신동읍집하장 - 예미농공단지 - 예미역
* 거리 : 16.83km
* 소요시간 : 5시간50분
* 고도 : 358 ~ 1,010m
* 코스 초반에 탄광에 관련된 시설물들을 볼수 있고, 이후 수라삼거리까지 고도가 완만하게 계속 높아진다.
*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까지 기존노선과 대체노선이 있는데, 기존노선은 급격한 고도편차로 급경사 내리막길이라 위험한 구간이 몇 곳 있다.
모운동 동네를 한바퀴 돌아본 후 출발했더니 해가 이미 산 위로 떠올랐다.
MTB길도 잘 안내되어 있는 모운동
운탄고도 3길 출발전 마을 스케치컷
https://wonhaeng.tistory.com/445
마을길을 올라와 운탄고도 3길 안내지도가 있는 곳으로 출발점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황금폭포까지는 0.8km만 가면 된다.
겨울에 한번 걸었던 길이라 익숙하지만 계절의 변화로 처음 걷는 길처럼 느껴진다.
석탄을 운반하던 탄차들이 요란한 엔진소리를 내며 지나다니던 운탄고도라는 이름과 취지에도 맞게 이제부터가 진정 운탄고도라고 할수 있다.
동발제작소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동발'이라고 한다.
동발을 사용할 당시 광산사고중 가장 빈번하고 위험했던 붕괴사고가 많아 나중에는 콘크리트로 동발을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한다. 이곳은 광산작업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흔적이라 할 수 있다.
광부의 샘
이 옹달샘은 광부들이 동전을 던지며 자신의 안전과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3길 초반에는 이렇게 다양한 볼거리들이 있고, 걷기에도 좋은 길이 이어진다.
황금폭포 전망대
도착시간 06:53
오른쪽 숲 위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황금폭포를 볼수 있다.
흔치않은 풍경이니 꼭 올라가볼 것을 권한다.
겨울 방문했을 때보다 수량이 적어 폭포의 위용이 약해 보이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힘찬 느낌이다.
왜 황금폭포라 불리는지 알고 싶다면 겨울에 봐야할것 같다.
산꼬라데이길을 걸을 당시 꽁꽁 얼었던 폭포를 볼수 있었는데 철분 가득한 물이 황금색으로 보이는 이유 때문이다.
폭포에서 내려와 바로 옆에는 과거 갱도에서 캐낸 석탄 외에 분리된 암잔석을 티플러 (탄차에 실려 있는 석탄이나 잡석들을 뒤집어 쏟는 기계)를 이용하여 잡석을 버리던 곳으로, 기계를 사용하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광차를 뒤집어 잡석을 버렸다고 한다.
의미있는 이곳에 과거 우리 아버지들의 초상인 그 분들의 노고를 기념하고자 한 "휴식"이라는 작품이 있다.
'깊은 갱도에서 가스와 분진 속에서 산업전선의 역군으로 열심히 일하던 광부는 이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식히며 잠시 숨을 고르지 않았을까...
집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과 아내를 떠올리며...'
걷기 좋은 길은 계속 이어지고, 숲은 햇빛을 가려주어 아직까지는 시원하게 걷고 있다.
여기저기서 새소리가 가득하다.
갈림길에서 운탄고도 이정표를 따라 좌측 싸리재 방면으로 가면 되는데, 이곳에서 우측에 있는 (구)옥동광업소 목욕탕과 폐갱도를 볼수 있으니 잠시 들려보기로 한다.
옥동광업소 목욕탕
풀이 길게 자라 멀리서 봐도 목욕탕 건물이 을씨년스럽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안가볼 내가 아니다.
목욕탕 앞으로 갱도에서 흘러나온 물이 시냇물 소리를 내며 700m 거리에 있는 황금폭포로 흘러가고 있다.
옥동광업소 갱도
갱도 내부에는 맑은 샘이 있어 겨울이나 여름이나 끊임없이 계속 물이 흘러나온다.
입구를 막지 않았다면 크고 넓은 갱도를 체험해 볼수도 있었을텐데, 1989년 폐광된 이후 당시 갱도 입구를 틀로 막았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무너져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갱도의 길이가 2.1km로 산 반대쪽까지 관통되어 있다고 하니 광부들의 힘들고 고단했던 일과가 그대로 전해지는듯 하다.
철분 성분으로 인해 물빛이 붉게 보이고, 한 여름에는 갱도 내부에서 찬바람이 나와 입구에는 차가운 안개가 자욱하다고 한다.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찬 기운 때문인가 서늘한 느낌이 든다.
관광 오신분들은 갱도까지만 보고 다시 돌아가면 되고, 도보여행자들은 싸리재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지그재그로 완만한 경사를 올라와 숲에 어울리는 예쁜 의자 포토존을 지나면서 잠시 숨을 돌린다.
빛이 들지 않는 길은 시원해 걷기에 너무 좋은 아침이다.
운탄삼거리
도착시간 07:24
산꼬라데이길과 마을길이 만나는 곳으로 광부의 길 1구간이 끝나는 곳이기도 하다.
황금폭포에서 1km, 싸리재까지는 1.5km 남았다.
광부의 길 2구간으로 운탄고도가 계속 이어진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1,010m까지 계속 올라가야 하니 속도 조절도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힘들지 않게 올라갈 수 있는 길이다.
지그재그로 길이 이어지다 보니 햇빛이 들었다, 안들었다를 반복하게 된다.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숲길,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는 여유있는 휴식시간도 가져본다.
망경대산을 바라보며 저 위에까지 계속 고도를 높이며 올라가야 한다.
첩첩산중에 있는 현위치도 꽤 고도가 높아 보인다.
1길과 2길에 비해서는 리본이나 안내 이정표가 상대적으로 적은 3길이지만, 그만큼 갈림길이 별로 없고 탄차들이 지나다니던 길이라 길도 넓어 여성분들이 홀로 걷기에도 부담없는 길이다.
(구)옥동납석광업소
1950년대부터 이곳은 흙을 조금만 걷어내도 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노천탄광이었으나, 1989년 폐광되었다.
옥동납석광업소의 또 다른 생산품인 납석은 곱돌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조각재, 타일, 유약, 농약 등에 사용되었고, 납석채굴은 석탄광산이 폐광된 후 2009년 까지 생산하다가 다시 폐광되었다.
어린시절 가지고 놀던 곱돌은 납작하고 동글동글한 모양이 많았는데, 바위 같은 곳에 분필처럼 글씨를 쓸수있을 정도로 부드러웠던 기억이 있다.
싸리재 삼거리
도착시간 07:54
옥동납석광업소에서 4~5분 정도만 더 올라오면 싸리재 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다음 지점인 낙엽송 삼거리까지는 1.65km 남은 지점으로 운탄고도 이정표를 따라 싸리재 방향이 아닌 왼쪽 길로 가면 된다.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숲길은 그야말로 최적의 걷기 트레킹 코스라 할수 있다.
1길과 2길을 걸으며 숨이 턱까지 차오르게 산을 넘던 비좁은 길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다.
강원도민일보의 최근 기사를 보니 운탄고도 1길과 2길이 외씨버선길을 이용한 구간은 안전사고 위험성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었다. 운탄고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직접 걸어본 사람으로서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늘 높이 솟은 낙엽송은 겨울 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또다른 멋을 보여준다.
사진을 찍기 위해 몇분간 머물렀던 지점으로 출발한지 거의 1시간 30분이 되었다.
모운동에서 마을 한바퀴를 돌고 난 뒤 길을 시작하려 할때 도착하셨던 분인데 이곳에서 만나 잠깐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주 2길을 걸을때 만났던 강릉에서 오신분은 오늘은 아직까지 만날 수가 없었고,
이 분은 오늘 수라삼거리까지만 걷고 원점회귀할 예정이라고 하신다.
어디까지 걷든 아름다운 풍경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들의 모습 또한 아름답다.
스님과 동행하는 일반인들, 근처의 망경산사에 템플스테이 중이신 분들인가 보다.
합장으로 서로 인사하며 이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기운을 더불어 나누어 본다.
낙엽송 삼거리
도착시간 08:15
낙엽송 삼거리에서 만경산사까지는 0.2km로 잠깐 들렸다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와 코스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산꼬라데이길 만경사 길의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망경산사
망경대산 기슭 해발 800m 정정 지대에 위치한 사찰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모운동 관광오신 분들은 이곳까지 차량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주차 무료)
대웅전 앞으로 넓은 꽃밭이 만들어져 있는데 수목원을 방불케 할 정도로 다양한 꽃들이 만발해 있다.
다시 운탄고도를 걷기 위해 낙엽송 삼거리로 돌아가는 중,,
만경사 길 초입은 평탄한 길로 하늘 높이 쭉쭉 뻗은 낙엽송이 숲을 이루고 있어 공기 자체가 다르다는걸 느낄수 있다.
힐링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면 눈으로 보고 숨을 들이키면서 정신이 맑아짐을 얻을 수 있다.
한번에 지나치기가 아쉬워 두번이나 왔다 갔다 했던~
김삿갓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화공에게 그리게 한다면 새소리는 과연 어떻게 담을지 궁금해하며 시를 읊었었다.
사진으로는 표현 못할 새소리는 눈을 감고 귀로, 마음으로만 담아간다.
산새소리만 가득한 길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같은 아침, 누군가 걸어와 준다면 참 좋았을텐데 욕심은 내려놓아야 한다.
잠시후 만경사 길을 따르는 운탄고도는 지금까지 걸어왔던 오르막 길 보다 조금 더 가파르게 올라야 하는 구간이 시작된다.
수라삼거리까지 3.11km, 종점까지는 아직 11.08km가 남았다.
오르막길 내내 투박하게 쌓아놓은 돌탑들을 볼수 있다.
시각적으로는 맘에 드는 풍경이지만 숨이 찬건 어쩔 도리가 없다.
만경사 사거리에 다다르기 전 우측으로 만경사 가는 길이 있어 만경사에도 잠시 들렸다가 다시 내려올 생각이다.
엄홍길 트레킹으로도 불리는 만경사까지의 트레킹은 올해 1월 겨울에 걸었던 길이다.
만경사에서 내려다보던 액자 프레임의 풍경을 다시 한번 담아보고 싶었던 이유가 크다.
만경사까지는 오르막 길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라 천천히 숨고르기를 하며 걷는게 중요하다.
길가의 돌탑들도 볼거리중 하나인데, 만경사까지 크고 작은 더미의 돌탑들이 계속 이어져 있다.
만경사
도착시간 09:00
땀이 송글송글 흘러 내릴때 쯤, 연꽃을 등에 진 코끼리상이 양 옆에서 여행자들을 맞이해 주는 만경사,
아미타삼존불과 33관음상을 볼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사찰이다.
운탄고도 마을호텔 방송 당시 엄홍길 대장이 소개했던 장소, 해질 무렵 석양이 일품이라고 한다.
3길을 걸으면서 이곳을 빼놓고 지나친다면 너무 아쉬울것 같다.
광명보전과 삼성각도 둘러 보고, 마지막으로 작은 샘물 하나 담아 간다.
만경사 삼거리
다시 운탄고도 코스로 합류, 수라삼거리까지 2.5km 남았다.
지금까지는 산꼬라데이길 때 한번 걸었던 길이었지만 여기서부터는 처음 걷는 구간이다.
벌재를 위한 작업임도를 따라 코스가 이어지는 중인데, 그나저나 쉬어 갈만한 마땅한 곳이 있어야 할텐데 20분만 지나면 걷기 시작한지 3시간째다.
망경대산을 휘휘 돌아 정상 부근까지 계속 솟구쳐 오르는 운탄고도,
가벼운 트레킹 수준으로 걸을 생각이라면 조금은 힘에 버거울 것이고, 등산이라고 생각한다면 생각보다는 쉽게 걸을수 있는 길이다.
계속 오르기만 하는 길은 아니지만 쉴만한 곳이 거의 없다.
풀벌레가 우는 소리, 깊은 산에 울리는 뻐꾸기 소리 만이 혼트 여행자의 친구가 되어줄 뿐, 숲은 고요하고 산은 적막하다.
수라삼거리까지 1.7km 남은 지점, 만경사에서 내려와 임도를 걷기 시작한지 15분만이다.
검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던 탄차길은 이제 오롯이 걷는 사람들의 길이 되었다.
찾아올 일 없는 이 깊은 산중에 운탄고도 하나로 사람들이 걷기 위해 찾아오게 된 것이다.
망경대산 갈림길
도착시간 09:46
다시 15분을 더 걸어 도착한 망경대산 갈림길, 여기서 망경대산 정상까지는 0.3km, 수라삼거리까지는 0.9km가 남았다.
정상까지 잠시 올라갔다가 올까 했는데 버스 시간이 어쩌면 부족할지도 몰라 운탄고도에 집중하기로 하고 왼쪽길로 들어선다.
어디서부터 였던가, 잣나무가 멋진 길을 만들어 주고 숲속을 걷는 최고의 풍경을 보여준다.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면 더없이 좋았을 길이다.
홀로 걷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수행의 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걱정과 번민의 마음 따위는 내려놓게 되는 순례의 길과도 같다.
수라삼거리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인줄 알았는데 이제부터는 계속 내려가는 길이 이어진다.
탄광이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석탄과 부스러기들이 검은 길을 만들어 놓았고 자연은 다시 그 위를 초록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이런 곳이 아닐까???
이 깊은 산중에 외로운 길 하나가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몰랐을 일이다.
간간히 보이는 리본만이 운탄고도가 맞음을 알려주는 길,
검은 바람을 일으키며 달리던 탄차들도 이 높은 곳에서는 잠시 쉬어 갔으리라 짐작된다.
수라삼거리
도착시간 10:01
모운동에서 출발한지 3시간20분만에 수라삼거리에 도착했다.
3길의 중간 스템프함이 있는 곳, 새집으로도 유명했던 스템프함 내에는 관리하는 분들의 도움으로 새알들이 옮겨졌고 지금은 새집의 흔적만 남아 있으니 열어보고서 놀라지 말자.
강원도민일보 기사에 운탄고도 3길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기존노선은 겨울철에는 결빙으로 미끄럼 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것이었다.
현재는 대체노선이 개설되어 있으니 기존노선이든 대체노선이든 하나를 선택해 걸으면 된다.
스템프 지점이라 쉼터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냥 땅바닥에 앉아 잠시 목을 축이고 상대적으로 더 짧은 기존노선으로 방향을 잡고 바로 출발한다.
버스 시간까지는 이제 3시간 남았고, 예미역까지는 아직 8.74km 남았다.
3길 안내도의 소요시간으로만 보면 수라삼거리에서 종점까지 3시간 10분이 남아 있는 상태다. 버스를 놓칠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잣나뭇 숲인듯 한데 나무 아래에는 잡풀 하나도 없이 잎이 큰 고사리만 있어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잠시후 다음 지점인 석항삼거리는 우측 숲으로 들어서야 한다.
넓은 임도를 두고도 위태로운 길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있던 곳이다.
백패커들을 위한 사이트가 마련되어 있는데 저 멧돼지 안내판 덕분에 쉬어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어 버렸다.
휴식없이 숲길을 따라 계속 진행한다. 기존노선은 길이 어떻길래 위험구간이 되었을까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이 길을 걷는 순간 1길과 2길의 외씨버선길이 생각나는건 어쩌면 길이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처음에는 여느 등산로와 같다는 생각으로 걸을만 하다.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운탄고도 말뚝이 반갑다. 평탄하면서도 내려가는 숲길이 구불구불 계속 이어진다.
길을 내기 위해 잘려나간 나무들도 많았고, 그렇다고 넓게 길이 개통되어 있는건 아니었다.
활짝 열린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가득하고, 길은 대체로 전망이 트이지 않는 숲속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좁은 산길로만 이어지다 보니 과연 운탄고도라는 취지에 맞는건지 간혹 의심이 들기도 한다.
숲길로 들어선지 27분만인 10시 41분에 두번째 사이트에 도착, 버스 시간도 빠듯 하거니와 날파리들이 달려 들어 쉴래야 쉴수 없는 곳이었다.
석항삼거리까지 3.1km, 바로 이어서 걸어보자.
기존노선이 위험 구간으로 평가되는 지점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다.
길은 험해지고 내려가는 길은 엄청 가파르다.
카메라를 들기 때문에 등산스틱은 안가지고 다니는데 처음으로 스틱의 필요성을 느낀 구간이기도 하다.
가파른 흙길은 계단이라도 설치했으면 좋았을 것을 눈길 못지않게 미끄러지며 내려가야 하고, 돌계단 식으로 만들어진 곳에서는 잘못 디디면 돌이 흔들려 발목을 접질릴 수도 있는 길이다.
두번째 사이트에서 27분만인 11시8분에 시야가 트이는 곳에 도착했다.
오른쪽에 보이는 길이 아마도 3길 대체노선인듯 하다.
석항삼거리까지는 아직도 2.16km가 남았는데, 길이 가파르다 보니 내리막길 임에도 속도가 나지 않아 거리가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다.
수라삼거리에서 종점까지 오르막길이 없음에도 3시간 10분이 소요된다고 안내한 이유를 이제야 알것 같았다.
IC 깜놀@@;
운탄고도를 걸으며 불청객을 만난건 처음이다. 아니 내가 불청객이 된것 같기도 하고,,
뒤에 걷게 될 여행자들을 위해 흙막이 아래로 떨어뜨리고~
이렇게 길은 아슬아슬하게 산기슭으로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에는 폐쇄되는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키작은 소나무를 지나 철탑 아래를 통과해 10분을 더 진행하면 세번째 사이트가 나온다.
현재시간 11시 31분, 배낭을 내려놓고 물은 이미 다 떨어진 상태, 잠시 허리를 펴고 누워본다.
운탄고도가 아니라 망경대산 등산로를 개척하고 싶은건 아니었는지 누군가라도 잡고 묻고 싶었다.
2길의 외씨버선길과 드디어 헤어진다며 좋아했던 1주일전이 무색하게 외씨버선길 보다 더한 길을 만나고 있는 중이다.
외씨버선길은 양심장독대라도 있었지,,
이후로도 불편한 산길을 내려오면 드디어 숲을 벗어나게 되는데 숨통이 트이는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역방향으로 걷는 사람들을 위한 이정표인지 정방향으로 걸으면 뒷면만 보이는 이정표,
내려온 길을 생각하면 역방향으로 걷는건 등산만큼의 용기가 필요할것 같다.
석항삼거리까지 0.9km 남았는데 여기서부터는 걷는 길이 좋다.
개망초가 지천에 피어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듯 하다.
도착시간 11시53분, 10분간을 감탄하면서 걸었던 개망초 길이 끝나고, 3분을 더 걸어 내려오면 도로와 만나게 된다.
석항삼거리로 가는 길, 인도가 없는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길인 만큼 주의할 필요가 있다.
기찻길 풍경도 오랜만이라 한컷 담아두고~
석항삼거리
도착시간 12:02
석항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작은 공원 쉼터가 나오는데 저 흔들의자가 눈에 띈다.
흔들흔들 몸을 맡기자 나른해지는 느낌, 간식거리를 먹고 물이 없어 사과 하나로 수분 보충을 하며 마지막 구간을 위해 재정비를 한다.
거리에는 인적은 없고 간간히 차량들만 지나가는 정도,
꿀맛같은 휴식시간은 훌쩍 지나가기 마련이다. 15분 지나고 나서야 다시 출발, 예미역까지는 아직 4km가 남았고, 버스시간은 50분 정도 남은 상태다.
잠시 영월로를 걸어 이정표를 따라 들어선 뒤 연석교를 건너 뚝방길을 걷기 시작한다.
구름이 갑자기 많아지지만 여전히 태양은 작렬하고, 산골의 풍경은 루드베키아 만큼이나 아름답다.
뚝방길 끝에서 잠시 하천으로 내려가 건너지는 않고 왼쪽 야자매트가 깔린 곳으로 0.6km만 가면 신동읍 집하장에 도착하게 된다.
지금까지 영월 구간을 걸었다면 여기서부터는 정선 땅으로 들어서게 된다.
하루에도 수백대의 트럭들이 오가며 검은 흙먼지를 날리던 길에는 아따금 나그네처럼 찾아온 등산객의 발길만이 닿을 뿐이었다.
희귀 고산식물들이 함께 호흡하는 운탄고도1330,
'힐링'이라는 말 그대로 치유의 명소로 선물처럼 우리에게 왔다.
야자매트 따위는 쉽게 뚫고 나오는 야생초의 생명력,,
12시30분, 신동읍 집하장 옆을 지나 꽃길을 따라 양지교를 건너가면 영월로와 이어지는 의림로를 만나게 된다.
예미농공단지로 가는 길
12시45분, 예미농공단지에 도착, 이제 예미역까지 1.4km만 더 가면 된다.
10~15분이면 충분할것 같은데 버스시간이 참 아슬아슬하다.
계속 직진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면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편의점이 나타난다. 생수 두병을 사 한병을 그대로 마셔버렸다.
4번째 사진에서 보듯 예미역 방향 이정표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직진으로 걸었다가 잠시 알바 후에 예미오거리 로터리를 크게 돌아서 제 코스로 들어서게 되었다.
중요한 순간에 실수하는 바람에 버스를 놓칠 수도 있는 상황,
로터리에서 타임캡슐공원이 그려진 굴다리를 통과하면 지척에 예미역이 위치해 있다.
노일공원을 지나고 예미역의 철도창을 지나는 중
예미역 (3길종점)
도착시간 13:08
버스 출발시간인 13시7분을 1분 넘기고서야 드디어 3길 종점에 도착,
저 앞에서 버스 한대가 달려오고 있는게 보인다. 저 버스가 나를 데려다 줄 버스임을 직감적으로 알게 되고,,
스템프도 찍지 못한채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우측으로 조금만 더 가면 예미역이 있는데 스케치도 하지 못한채 도착하자마자 예미를 떠나게 된 것이다.
스템프와 역사 풍경은 4길 걸을때 찍기로 하고~
원점으로 돌아가기
3길을 완주했다는 여운을 느낄새도 없이 달리는 버스에 앉자마자 잊고 있었던 트레킹 앱을 급하게 끈다.
버스는 빠르게 달려 13시40분에 덕포시장 입구 정류장에 도착,
* 원점회귀 대중교통 이용하기
- 예미역 (20, 20-1 함백 버스, 07:17, 08:37, 10:07, 11:27, 13:07, 14:27, 16:37, 18:27, 19:37, 37분소요) - 덕포시장 입구 환승 (17, 17-1번 주문리 버스, 06:18, 10:03, 14:03, 18:28, 35분소요) - 모운동 도착
- 덕포시장 정류장 하차한 곳에서 건너편 정류장으로 이동후 주문리 버스 탑승해야 함.
덕포시장 입구에 14시04분에 도착한 주문리 버스는 2길을 따라가게 된다.
예밀촌 마을을 지나 출향인공원 앞에서 구불구불 임도를 따라 종점 모운동 쉼터 앞에 도착했다.
도착시간 14시48분,
다시 만나니 반가운 운탄고도 마을호텔,
오늘로서 영월 구간이 모두 끝나고 이제는 정선에서 운탄고도를 만나게 될 것이다.
트레킹 정보
시간 : 06:25 ~ 13:09 (총 6시간31분, 트레킹시간 5시간50분, 휴식 촬영시간 포함)
거리 : 20.3km (망경산사와 만경사까지의 왕복거리 포함)
* 코스 초반에 탄광과 관련된 볼거리가 많고, 이후 수라삼거리까지 고도가 완만하게 계속 높아진다.
* 수라삼거리에서 석항삼거리까지는 걸어본 결과 기존노선은 운탄고도 의미와도 맞지 않고,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 대체노선으로 걷는걸 추천한다.
오늘도 좋은 길 하나 잘 걷고 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즐겁고 안전한 트레킹 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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