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걷기좋은길

[운탄고도1330 4길] 정선 꽃꺼끼재 ~ 예미역까지 역방향 트레킹

BayZer™ 2023. 7. 15. 11:14

2023.07.09

4길, 과거에 묻어둔 미래를 찾아가는 길

 

운탄고도 4길은 예미역에서 꽃꺼끼재까지 걷는 길로 운탄고도 중 가장 긴 트레일 길이다.
오늘은 역방향으로 걷기 위해 사북에서 화절령 가는 길을 따라 포장도로 끝까지 올라왔다. 이미 산악회 관광버스가 주차되어 있고, 개인 차량 몇대가 와 있었다.

* 꽃꺼끼재 주차 : 강원 정선군 사북읍 사북리 462-18
* 예미역 주차 :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 200-10
* 원점으로 돌아가기
  - 철도 이용시 : 예미역 (10:23, 12:22, 14:56, 16:08, 19:31, 21:51, 2,600원, 30분소요) - 사북역 (택시이용) - 꽃꺼끼재
  - 택시 이용시 : 예미역 ~ 꽃꺼끼재까지 43,000원
  - 사북역에서 꽃꺼끼재(화절령)까지 5.3km 대중교통 없음 (택시비 6,000원 정도)
  - 택시 콜 할때 꽃꺼끼재를 모를 경우 화절령 간다고 하면 됨
  - 정선군개인택시지부 033-592-2580
* 예미역에 주차후 정방향으로 걸을 경우 고도를 계속 높이며 걷기때문에 시간과 체력에 따라 종점인 꽃꺼끼재에서 저녁을 맞이할 수도 있고, 완주 후엔 대중교통이 없어 산길을 걸어 내려와야 한다.

 

주차후 화절령 방향으로 1.1km 정도를 걸어 올라가야 꽃꺼끼재에 도착할 수 있다. 6시52분 출발,
장마철인 요즘, 오늘 정선 사북 날씨는 구름이 많고,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비가 온다는데 비가 올때 쯤이면 산을 내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뿐이다.
걷고 난후 생각해보니 오늘 코스중 여기 올라가는 길이 그나마 땀이 날 정도로 숨이 찼던것 같다.

 

꽃꺼끼재 (화절령)

도착시간 07:10

 

운탄고도 4길과 5길이 만나는 지점으로 영월과 정선의 경계를 이루는 백운산 자락에 위치한 고개를 말한다.
스템프함은 5길 진입로 정자 옆에 있다. 신기하게도 5길 입구에만 안개가 연기처럼 피어 오른다.

 

 

운탄고도 4길 안내지도

석탄을 실어 나르던, 말 그대로 '운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천혜의 걷는 길이라 해도 될 만큼 좋은 길이다.
지난 시절 이 길이 새카매지도록 석탄을 실어 나르던 때에는 초등학교까지 있던 마을이었는데, 주변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에 있던 마을도 사라지고, 이제는 화절령, 꽃꺼끼재라는 이름 만큼이나 아름답고 예쁜 길만 남게 된 것이다.
전지현과 차태현이 주연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소나무'가 있는 새비재 정상 타임캡슐공원에서 두위봉을 거쳐 종착지인 꽃꺼끼재 (화절령)에 이르는 길은 등산의 묘미와 걷기의 재미를 한껏 즐길 수 있다.

코스 : 꽃꺼끼재 - 사동골 - 새비재 - 타임캡슐공원 - 엽기소나무길 초입 - 함백초등학교 - 예미역 (역방향)

* 거리 : 28.76km
* 소요시간 : 9시간26분
* 고도 : 1,197 ~ 403m
* 이곳에는 다른 길에서는 볼수 없었던 역방향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꽃꺼끼재가 도착이 아닌 출발로 표시되어 있음)
* 코스가 길고 산길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물과 간식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새비재까지 17.8km, 운탄고도 다른 길의 완주거리와 맞먹는 거리가 4길에서는 중간 경유지다. 오늘 하루 부지런히 걸어야 할 것 같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했는데 4길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걸까???
차량 출입 차단기 뒤로 두위봉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운탄고도1330 4길 트레킹

 

출발후 17분만에 도착한 곳으로 약간의 오르막길이 계속되고 있는 명품 하늘숲길이다.
4길은 역방향으로 걷는다해서 난이도 면에서 그리 크게 이득 볼건 없다. 다만 엽기소나무길 초입 구간 5km 정도가 정방향으로 경사가 있어 이득이라면 이득이다. 정방향으로 걷는다면 시작하면서부터 새비재까지 땀 좀 흘릴것 같은 구간이다.

 

야생화 화단이 소박하게 조성된 곳인데, 다양한 야생화가 물기에 촉촉히 젖어 있다.

 

화절령과 새비재를 표시한 목각인형 이정표 뒤로 야생화들이 만발하다.
이곳에도 점점 안개가 끼기 시작하고 아침 기온은 서늘함을 느낄 정도이다.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인천에서 출발전 망설이다 온 탓에 평소보다는 늦은 시간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현재는 꽃꺼끼재보다 높아진 해발 1,233m의 고원 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안개가 순식간에 바람에 떠밀려 가고, 장마철이라 이정도의 날씨는 예상했으니 시야가 트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꽃꺼끼재에서 2.1km 진행한 지점으로 7시49분에 도착,
새비재 가기 전에 사동골 7km 이정목을 먼저 이곳에서 처음 만나게 된다.
그 옆에 시 한편을 잠시 읽어보면,

못은 빼면 돼 / 배정순

잘못하고
잘못하고
또 잘못해서

어깨 축 늘어뜨린
아이야

'못'을 빼봐

잘하고
잘하고
또 잘하고가 되잖아

이제 걱정 안 해도 돼겠지!

 

4길은 암벽을 따라 구불구불 걷는 길이 인상적이다.
길에는 앉아 쉴수 있는 곳들이 자주 나오는데, 산 모퉁이를 크게 돌아가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의자가 놓여 있다.

 

청정지역을 대표하는 낙엽송은 운탄고도에서는 빼놓을수 없는 풍경이다.

 

전방에 우뚝 솟아 있는 두위봉은 해발 1,466m로 모양새가 두리뭉실하여 주민들은 두리봉이라고도 부른단다.
6월 초순이면 정상 근처에는 연분홍 철쭉이 만발하고, 아름드리 주목이 안개에 덮이면 최고의 선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산 위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는 이미 멀리서부터 들으면서 왔던터라 바로 앞에서는 그 소리가 증폭되어 폭포수처럼 들린다.

 

다양한 기암에는 고사리들이 멋을 더해주고, 운탄고도는 그 곁을 따른다.

 

나무 사이로 간간이 보일뿐 전망이 활짝 트이는 지점이 없다는건 4길의 약점인듯 하다.
멋드러진 전망대 하나 설치하지 않았고, 전망을 위해 애써 벌목하거나 길을 터놓지는 않았지만, 그게 또 자연이 주는 운탄고도 만의 매력이라 할수 있다.

 

오른쪽 암벽에서 떨어져 나온 돌들이 왼쪽 길가로 치워져 있는걸 보니 낙석에 주의해야 할 구간으로 보인다.
20분전에 만났던 작은 물줄기에도 폭포처럼 느껴졌었는데 산 모퉁이를 돌자 진짜 폭포가 보인다.

 

8시39분,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물소리의 정체, 수량도 많아 폭포 못지않게 떨어지는 물줄기는 주변 공기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오랜만에 밝고 화사한 길을 만났다.
우측 산비탈에는 수종 개량을 위함인지 벌목되어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 사이로 작은 묘목들이 잔뜩 심어져 있다.

 

꽃꺼끼재에서 5.7km 진행한 지점으로 사동골까지 3.5km 남았다.
이런 길은 15분 가량 계속 이어지게 된다.

 

산 모퉁이를 도는 곳, 어김없이 반사경과 나무벤치가 있다.
하늘 빛도 수시로 변하면서 종잡을수 없는 날씨가 계속 된다.

 

숲길 풍경은 매번 같은 곳을 돌고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한 구간이 많다.

 

새소리, 물소리가 가득한 4길, 공기 자체가 도심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소나무 몇그루가 멋진 길이 되어주고, 구름이 내려앉은 산그리메는 지루함을 잊게 해준다.

 

함백으로 석탄을 운반하던 탄차들이 넘던 고원의 길, 이제는 오로지 트레일러들을 위한 길이 되었다.
어느새 해발 845m까지 내려왔다.

 

사동골이 0.58km 남은 지점. 이쯤에서 두위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도 만날 수 있고,

 

해가 내리 쬐어 조금은 더워졌지만 아직은 바람이 더 시원함을 안겨준다.

 

해는 들지만 아무 생각없이 잠시 앉았다 가기 좋은 곳이다.
종점인 예미역에서 원점회귀시 대중교통 비용을 아끼려면 기차시간인 16시08분 전에 도착하는게 중요한데, 길이 좋아 시간은 충분할거라 의심은 없지만 혹시나해서 아직까지는 쉼 없이 계속 진행중이다.

 

사동골

도착시간 09:41

 

물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온통 숲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오아시스를 만난것 같은 기분,

 

잘 쌓은 돌탑과 약수터도 있고, 옆에는 골짜기를 따라 얼음장 같은 물이 흘러 내린다.
안내판이 없어 처음엔 이곳이 사동골인줄도 몰랐다.

 

5분간을 머무르며 사진을 찍었는데, 다른 곳보다 온도가 낮아 금새 땀이 식어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다.

 

사동골을 지나 0.7km 걸어온 지점에서 이정목을 보고 조금전 그곳이 사동골인줄 알았다.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이 좋아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과 수분 보충을 하며 잠시 쉬어가는 걸로~, 꽃꺼끼재에서 출발후 2시간 40분만이다.

 

쉬면서 계속 바라보던 풍경속으로 13분만에 다시 걸어 들어간다.
이제 새비재까지는 6.2km 남았고, 트레킹 앱에서는 해발 854m라고 알려준다.

 

12분 정도 더 걸어와 다시 환하게 트인 길을 걷게 되고,

 

사동골에서 1.6km, 새비재까지는 5.3km 남았다.

 

10시34분, 짧은 구간이지만 같은 패턴의 숲길에 작은 변화를 주는 자작나무 숲을 지나간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수국도 홀로 걷는 여행자에게는 반갑기 그지 없다.

 

기암 절벽을 따라 걷는 운탄길은 황홀함 자체지만, 이 길에는 많은 애환이 담겨있다고 한다.

 

모든 길이 애초에 있었던건 아닌 것처럼 석탄을 운반하기 위한 이 운탄고도도 누군가의 노고와 희생이 있었다.

 

당시에 많은 부랑자들이 동원돼 제대로 된 장비 없이 삽과 곡괭이로만 깎고 파서 이 길을 만들었다고 하니 어찌보면 슬픈 역사, 아픔의 길이라고도 할수 있다.

 

4길 중간 스템프함

도착시간 10:55

 

무거운 얘기는 접어두고 싶지만 깎아놓은 암벽들을 보고 있자니 이렇게 길을 낸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때가 되면 강산도 변하듯 운탄고도는 이제 아름다운 길로 변화하였고, 누구나 걷고 싶어하는 멋진 트레일이 되었다.

 

새비재를 3km 남겨두고 스템프함이 있다. 정방향으로 걷는다면 사동골이 3.9km 남은 지점이다.
스템프 이름은 타임캡슐공원, 스템프도 야무지게 찍고, 시 한편도 읽으며 잠시 숨을 돌려 본다.

눈 내린 아침 / 정주연

유독 눈이 많은 이 겨울
밤새 풍성히 조용히 내려 쌓여
백색의 신세계가 빈 가슴 속으로 물밀 듯 밀려와
요렇게 저렇게 스캔되고 있다.

하늘나라에서도 아마 망년 신년 파티가 자주 열리고 잇나보다
어떤 하늘 연인들이 혼례식을 올렸는지
단풍나무 숲에 새하얀 웨딩드레스가 수줍게 걸려 있다

오늘은 멍멍이도 들고양이도 하객이라고
얌전히 발자국을 찍어 놓고
제의를 떨쳐입은 아침 햇살은 공평히 하얀 세상에 강복을 주고 있다

바람도 고요히 멈추어 서 있는데
나무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는지 가지에 쌓인 눈꽃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린다

아마도 누군가 웨딩 부케를 받았나 보지요

시를 읽고 나니 겨울에 다시 이 길을 꼭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비가 오긴 오려나본데 지금은 아니어야 한다.
비를 피할 곳도 없거니와 산에서 비를 만난다는건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니...

 

명품 하늘숲길이라는 말이 딱 맞는 표현인것 같다.

 

날씨와 상관없이 바람이 좋아 지금까지도 시원하게 걷고 있다. 소나기 쏟아지기 전에 부는 바로 그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꼬불꼬불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부분이 참 많은 4길이다.

 

이미 걸었던 길인것 같은 기분은 뭘까,, 느낌 탓이겠지만 전망도 그렇고 비슷한 풍경들을 자주 보게 된다.
이제 1.3km만 더 가면 새비재에 도착할 수 있다.

 

오늘 4길을 걷는 사람은 나 혼자뿐인가 보다.
역방향으로 걷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걸어온 어디쯤에 오고 있을테지만 마주오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었다.

 

한 프레임에 다 담기지 않을 정도로 크게 돌아가는 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저 숲 끝에서 새비재를 만나게 된다.

 

새비재

도착시간 11:45

 

사북읍 사북리에서 신동읍 방제리까지 걷는 아라리고갯길의 새비재,
새비재는 함백역 남쪽 질운산(1,173.7m) 자락에 형성된 고개로, 고개를 이룬 산의 형상이 새가 날아가는 모습과 같다 하여 "새비재"라는 지명이 생겨나게 되었다. 일설에는 6.25 당시 아군 전투기가 공중에서 내려다 보면 작은 골짜기와 능선이 겹겹으로 포개진 모습이 새가 날개를 질러 놓은것과 같다 하여 생긴 이름이라고도 한다.
새비재 고갯마루에는 유명한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배경이 된 곳이다.

 

새비재에서 내려다보는 드넓은 고원의 양배추밭이 장관을 이룬다.
인천엔 폭우가 쏟아진다며 걱정이 돼 전화가 왔는데 여긴 날씨가 아직까지는 좋으니 걱정말라고 배추밭 동영상 하나 찍어 보냈다.

 

이상하게도 새비재에 도착하니 왠지 코스를 다 걸은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 든다.
비 오기전 숲길을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여유마저 생긴다.

 

정자에서 잠시 휴식후 2.3km 앞에 있는 타임캡슐공원까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가면 된다.

 

이정목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이곳에서는 우측길로 가야 한다.
정방향이라면 헷갈릴 이유가 없는 길인데 역방향이다 보니 이정목대로 가다보면 잠시 조금더 높은 곳으로 걷는 경험을 하게 된다.

 

더 높은 곳에서 새비재의 풍경을 내려다 볼수 있기는 하다.
제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이곳에는 열무인가가 자라고 있었고 바로 아래 원래 걸어야 할 길도 보인다.
길은 다시 내려가며 어차피 만나게 되어 있고, 소나무가 있는 곳에서 본선과 합류하는데, 그곳에 이정목이 세워져 있어 원래 코스를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곳은 고랭지 배추밭이었는데, 매년 배추 농사를 짓다 보니 토질이 나빠져 지금은 양배추를 심는다고 한다.

 

알알이 영글어가는 양배추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며 지루한줄 모르고 걷게되는 길.

 

동쪽하늘과 반대쪽 하늘의 구름이 너무도 상반되는 날씨,

 

비 예보시간이 다 되어가니 먹구름도 조금 더 짙어진것 같다.

 

12시37분, 타임캡슐공원 갈림길에 도착
운탄고도는 우측으로 가면 되고, 언제 또 오게될지 모를 일이니 잠시 타임캡슐공원에 들려보기로 한다.

 

타임캡슐공원

도착시간 12:41

 

타임캡슐공원은 해발 850m 새비재에 위치한 곳으로 2001년에 개봉한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촬영한 곳으로 유명하다.
주차장과 화장실이 있고, 카페와 휴게소도 있어 긴 트레일 중에 잠시 쉬어갈만한 곳으로 적당하다.

* 주차 무료, 입장료 없음

 

 

영화 내용중 견우(차태현)과 엽기녀(전지현)이 엽기소나무 아래에 편지와 목걸이를 담은 타임캡슐을 묻고 3년 후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 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엽기소나무"라 불리는 새비재의 유명한 소나무, 주위에 열두달 별자리에 맞게 타임캡슐을 묻을수 있는 시설이 있다.

 

초승달을 향해 올라가는 피아노계단 포토존이 있고, 주변에는 산책로도 있어 휴식하기에 좋다.
내 생일인 2월 물고기자리도 담아보고,,

 

영화 제목을 따 엽기소나무라 칭했을테지만 절대 엽기적이지 않은 멋진 소나무, 산 능선을 굽어보며 저 홀로 독야청청하다.

 

12시51분, 화장실 앞 쉼터의 모습인데 드디어 올것이 온 모양이다. 무리하게 이동하기 보다는 잠시 쉬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것 같다.
아띠엔솔 (atti&sol) 카페는 암모나이트 화석과 비행접시 착륙 모습을 형상화하여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타임캡슐공원의 의미를 표현한 곳으로, '친한 친구와 소나무'를 의미한다.

 

하늘이 다시 좋아지는 것도 같고, 마냥 기다릴 수 만도 없어 16분만에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새비재의 광활한 배추밭이 끝나가는 지점에서 만나는 운탄고도 포토존

 

돌아서 바라본 새비재의 풍경, 아띠엔솔 건물이 확연히 눈에 띈다.

 

다음 지점인 엽기소나무길 초입까지는 4.7km가 남았다.
정방향으로는 계속 오르막길 구간이기 하고, 역방향으로 걷고 있으니 내려가는 길이라 1시간이면 충분히 산을 내려갈수 있을것 같다.

 

소나무와 잣나무들로 멋진 길이지만 쉬어 갈만한 곳이 없어 비라도 만난다면 참 난감할걸 알고 있다.
우산 하나 믿고 일단은 계속 진행하는 중이다.

 

나무들로 빼곡한 저 안에서 빗물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을듯, 최고의 대피소가 되어 줄만한 곳이다.

 

새비재에서 4.6km 진행했다는 옛 이정표를 만난 곳, 아라리고갯길을 따라 운탄고도가 계속 이어진다.
길은 계속 내려가며 고도를 낮추는 중이다.

 

지그재그 길이라 걸어야 할 길이 아래에 미리 보이고, 산 위로는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뤘다.

 

하늘 높이 뻗은 소나무들이 멋진 길을 만들어 주고, 잣나무 길도 셔터를 참지 못하게 한다.

 

타임캡슐공원, 여기서부터 3.4km
사진을 찍으며 천천히 내려왔더니 타임캡슐공원에서 출발한지 어느새 1시간이 다 된 시간, 비는 다행스럽게도 아직 감감 무소식이다.

 

하지만 먹구름은 빠르게 흘러 위치가 많이 바뀌었고, 지금은 내 머리 꼭대기에 머물러 있다.
드디어 마을이 보이기 시작한다.

 

MTB 코스로도 인기있는 운탄고도, 일행과 조금 뒤쳐진 여성 라이더가 쏜살같이 곁을 지나간다.
정선 신동읍 마을과 함백선 철도, 이제 예미역 방향으로 철길을 따라 도로를 걸어야 하는 구간만 남았다.

 

엽기소나무길 초입

도착시간 14:15

 

엽기소나무길은 이곳에서 끝이나고 이제부터는 좌측으로 함백로를 따라 걷는다.
이정목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횡단보도 건너서 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갔더니 어르신께서 큰길로 쭉 가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알바 제대로 할뻔~

 

타임캡슐공원에서 1시간8분이 소요되었고, 지금까지 총거리 24km를 걷고있는 중이다.
함백천을 건너는 조동3교 전에 우측 공원 쉼터에서 마지막 남은 거리를 위해 잠시 재정비를 하기로 하고 휴식시간을 갖는다. 예미역에서 16시08분 기차를 타기에는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충분하다.

 

함백초등학교를 0.7km 남겨둔 지점, 예미역 종점까지는 3.65km 남았다.
계속해서 함백로를 따라 걷고, 함백선 철길과도 나란히 걷게 되는데 조금전부터 하늘이 으르렁 거리듯 심상치가 않다.

 

함백 초등학교를 지나고 철길 건널목을 건너면 정선군 신동야구장이 이제 0.6km 남았다.

 

15시05분,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순식간에 쏟아지는 게릴라 폭우에 카메라부터 챙겨넣고 급히 우산을 꺼내 펼쳐보지만 바람이 거의 태풍급이라 우산이 가볍게 홀라당 뒤집히고 말았다.
마침 길 건너에 길운삼거리 버스정류장이 똭~~!!

 

잠깐동안 맞은 비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버리고 바람때문에 가로로 쏘아대는 비에는 속수무책이었는데, 사방을 막아주는 버스정류장은 그야말로 이 날의 가장 큰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5시40분이 되어서야 비는 조금씩 잦아들고, 나머지 구간을 마저 걷기 시작, 예미역까지 1.5km, 기차시간은 23분 남았다.

 

예미역

도착시간 16:02

 

물이 고인 길을 피해 걷기도 하고, 도로를 지나가는 차들이 물이라도 튀길까 잔뜩 경계하며 16시 정각에 예미역 주차장에 도착, 16시08분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매표를 먼저 해야 하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오늘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3길을 걸을때도 이곳 예미역에 도착하자마자 사진도 못찍고 도착한 버스에 올라타 바로 떠났었는데, 지금 상황이 왜이리도 비슷해진건지~

 

역사가 도로보다 낮은 곳에 위치해 있는 예미역, 나에게는 애증의 예미역이 되었다.
예미역과 조동역 사이의 구간은 대한민국 철도 중에서 가장 가파른 구간으로 과거에는 피난선이 설치되어 위급상황을 대비한 보조기관차가 항상 대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3길을 걷고 난후 급히 떠나느라 찍지 못했던 조동철교 스템프, 예미역에서 조금더 진행하면 버스정류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원점회귀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큰돈을 들여야 원점으로 돌아가기가 가능한 탓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여유가 없어진것 같다.
29km가 되는 길을 걸어야 하니 쉼을 위한 길인데도 여유있는 쉼을 기대할수 없었던 오늘 하루는 아니었는지...
기차표 대신 스템프를 찍었다.

 

트레킹 정보

거리 : 32.16km (주차장에서 꽃꺼끼재까지, 타임캡슐공원 왕복거리 포함)
소요시간 : 9시간12분 (촬영, 휴식시간, 비 대피시간 포함)

 

결국 택시를 이용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니 주차장에는 아직 내 차 외에 한대가 더 남아 있었다.
산 아래 하이원 리조트가 운무에 휘감긴다.

 

오늘도 좋은 길 하나 잘 걷고 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즐겁고 안전한 트레킹 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