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숨겨진 비경 찾아 왕복 7.4km 트레킹

2023. 9. 5. 00:50+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걷기좋은길

2023.09.03

 

사진인들에게는 우리나라 3대 이끼계곡이라는 타이틀로 익히 잘 알려진 곳,
해발 1,244m 육백산 능선을 돌아 두리봉과 삿갓봉 줄기 사이로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도계 무건리 이끼폭포가 있다.

 

하지만 육백산 자락 깊은 골짜기에 숨겨진 비경이라 모든 이들의 방문이 쉬운 곳은 아니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호랑이가 출몰할 정도로 깊고 우거진 숲속에 숨어서 그 비경이 감춰져 알려지지 않았었다고 한다.

 

이곳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건 2017년 개봉한 천만관객 영화 "옥자"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다.
점차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이끼의 훼손이 심해지자 시에서는 탐방로를 조성하고 이끼폭포까지 데크계단과 폭포를 조망할수 있는 데크광장을 조성해 이제는 누구나 쉽게 관람할수 있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무건리 이끼폭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3.7km, 왕복 7.4km를 걸어야 한다.
오늘은 그 트레킹 길을 소개해 본다.

 

찾아가기 위해서는 네비에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를 검색하면 이곳으로 안내해 준다. 외길을 따라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이끼폭포 3km 이정표 앞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리 넓지는 않다.

* 주소 :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무건리 산86-1

 

 

주차장 담장에는 무건리 작은갤러리가 있고, 육백산과 이끼폭포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 주차무료, 입장료 없음

 

무건리 마을은 한때 300여명이 모여 살았다고 하지만 하나 둘 마을을 떠나고 지금은 농가 몇채만 산촌마을 비탈에 남아 있다.
주차장 옆 이끼폭포 안내소가 있고 차량출입 차단기가 설치된 곳으로 진입하면 된다.

 

지도를 보니 이끼폭포까지 3km 이정표는 임도길까지의 거리였고, 임도길 끝에서 경사가 꽤 있는 데크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 실제 걸은거리 : 편도 3.7km
* 산불조심 강조기간 : 봄(2.1~5.15), 가을(11.1~12.15)

 

6시15분 출발, 돌탑이 예뻤던 집을 지나 시멘트 포장길로 계속 올라가야 하는 길,

 

출발지점 입구의 집 몇채를 제외하고는 민가 하나 없는 숲길로 길이 이어진다.

 

간혹 이렇게 산중에도 집이 있지만 아마도 폐가인지 진입로 입구가 막혀있는게 보인다.
내려올때 찍은 사진이라 색온도가 달라 보인다.

 

오르막길 경사도는 대충 이정도,,
비경의 이끼폭포를 보기 위해서는 시작부터 숨이 거칠어지고 땀 좀 흘려야 하는 길을 걸어야 한다.

 

간간히 앉아 쉴수있는 의자도 있고, 뒤로는 산구절초가 밤새 안개비에 흠뻑 젖어 있다.

 

아름드리 금강송도 보이고, 가파른 길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잠시 숨 좀 돌릴수 있도록 벤치와 무건리 게시판, 숲속 낙서장이 옹벽 위로 설치되어 있다.
이 길을 걸으며 솔직한 심정을 적은 글을 읽고 잠시 웃어도 본다.

 

여전히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길이고, 어느새 숲속도 많이 밝아졌다.

 

6시40분, 출발한지 25분만에 도착한 곳,
마을의 당산나무처럼 보이지만 확실치는 않다. 나무 주변에 돌들을 쌓아 작은 기원의 장소로도 보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은 돌 하나 얹어 놓는다.

 

이끼폭포까지 이제 2.5km 남았다.
이정표가 무색하게 길은 하나로 이어진다.

 

다행히 여기부터는 평탄하거나 내려가는 길이라 임도 끝까지는 쉽게 걸을 수 있다.

 

차 한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다란 길이라 마을 주민들 차량만 이곳으로 통행할 수 있다.

 

우측 아래로는 깊은 골짜기라 방문객 차량 운행이 허가되더라도 아마도 갈수 없을듯~

 

크게 돌아가는 길을 지나 한동안 걷기 좋은 숲길이 이어진다.

 

처음으로 주변 풍경이 트였다. 산꼭대기는 안개에 휘감겨 있고,

 

길이 좋다보니 걷는 속도도 빨라진다.

 

이곳에서 오른쪽 숲 아래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이끼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이 지나가는 계곡인것 같다.

 

걸을수록 산의 풍경도 조금씩 변하고, 그 아래로 걷는 아침은 평온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풀벌레 소리만 들려오던 숲길에는 잠에서 깬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울려 퍼진다.

 

길 가장자리에 앙증맞은 꽃으로 소박한 화단을 만들어 놓은 곳을 지나면 앞쪽에 임도길 끝지점에 도착하게 된다.

 

7시17분, 여기까지 사진찍으며 왔더니 1시간이 소요됐다.
이제는 골짜기까지 내려가야 하는 길이다. 반대로 말하면 돌아올때는 땀 좀 흘릴것 같은 길이다.

 

이곳에는 소달초등학교 무건분교가 있었던 곳으로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첩첩산중에 자리잡은 옛 사진 속 무건분교는 이곳이 한때 마을의 일부였다는걸 말해주고 있다.

 

무건분교 옛터를 지나 야자메트가 깔린 길을 따라 계속 들려오는 폭포소리를 향해 걷는다.

 

데크계단 입구, 양쪽 두 봉우리가 아마도 두리봉과 삿갓봉인가 보다.
저 골짜기 사이로 물은 흘러내려 이끼폭포까지 이어질테지~

 

몇굽이를 돌아 계속 내려가는 데크계단은 의외로 가파르고 길게 이어진다.

 

더욱 거세게 들려오는 폭포소리에 단숨에 내려온듯 데크광장에 도착했다.

 

데크광장은 폭포를 편하게 조망할 수 있게 조성된 곳으로, 제1 이끼폭포로 나갈수 있도록 난간이 트여있고, 제2 이끼폭포까지 올라갈수 있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데크광장에서 바라보는 이끼폭포의 첫모습은 바로 이런 그림이다.
폭포를 정면에서 조망할 수 없는 점이 아쉬운 데크광장이라 할수 있다.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이 깊은 골짜기에 이런 비경이 숨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풍경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장마 기간에 이끼가 많이 유실되었고, 계속되었던 비로 수량이 엄청나다.

 

사진이 선명하지 못한 부분에 TMI~
집에서 출발전 삼각대를 찾는데 없어서 차 트렁크에 있는줄 알고 ND필터만 챙겨서 출발하게 되었다.
주차장에 도착후 트렁크에도 없는 삼각대, 숲길을 걷는 내내 속상하고, 어떻게 찍을려고 지금 목적지로 걷고 있나?!
이 먼길을 달려 왔으니 어찌어찌 올라오게 되었지만 마음은 복잡한~

 

태고적 신비가 가득한 비경을 마주하고 있으니 어느새 복잡한 마음은 사라지고, 이끼 사이로 쏟아지는 물줄기 속에 빠져들게 된다.

 

들어갈 수 없게 출입금지 줄로 막아놓은 곳이라 바위마다 이끼도 많고 그 위로 폭포수는 쉼없이 쏟아지는 중이다.

 

그 아래쪽 바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밟아 이끼가 많이 훼손되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출입이 통제되지는 않는것 같았다.

 

이곳을 관리하는 분이신지 데크광장에서 낙엽을 쓸고 계시던 어르신께 혹시나 싶어 여쭤보니 여기까지는 들어가도 된다고 하셔서 제1 이끼폭포의 정면샷을 찍을 수 있었다.

 

안타까운 사진들은 계속 이어진다.
물줄기를 잡기 위해 셔속을 느리게 장노출을 주니 사진이 흔들리는건 당연하고, ND필터는 삼각대 없이 사용할 수 없으니 총을 두고 총알만 가져온 셈이다.ㅋㅋ

 

다양한 모습으로 담아보는 이끼폭포

 

아래쪽으로 흘러 나가는 계곡의 모습

 

이제 제2 이끼폭포를 보러 가보자.

 

좁다란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윗쪽에서 바라보는 이끼폭포도 담아볼 수 있다.

 

온 숲에 울려퍼지는 폭포 소리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다.
보고만 있어도 빨려들어갈 듯,

 

조금더 올라갈수록 폭포의 모습이 새롭게 보인다.

 

계단 끝에서 제2 이끼폭포를 만날 수 있다.

 

무언가 나타날것 같은 묘한 분위기, 홀리기라도 한듯 빠져드는 제2 이끼폭포의 모습.

 

사람의 발길이 닿지않는 곳이라 이끼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니 더욱 신비스러워 보인다.

 

제2 이끼폭포 좌측에는 용소굴이 있고 그 앞으로 쏟아져 내리는 한줄기 용소폭포가 있는데 이 전망데크에서는 앞쪽 암벽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 마음에 주차장 작은갤러리에 전시된 사진으로 대신해 보지만, 이 풍경까지 담을 수 있는 데크가 더 확충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렇게 데크계단이 설치되기 전에는 제1 이끼폭포에서 밧줄을 타고 암벽등반으로 이곳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곳 계곡 안에 서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찍은 그런 사진을 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까지도 원래는 들어갈수 없는 곳이었는지도 모른다.
출입여부를 확인후 들어온 곳이긴 하지만 민둥머리처럼 이끼가 벗겨진 바위들을 보고 있자니 역시 자연을 훼손하는건 사람들뿐인것 같다.

 

물보라가 일어 신비감이 더해지는 아름다운 풍경,

 

데크광장 난간에서 잠시 물멍, 폭포멍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이곳에 도착한지 1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숨이 차도록 계단을 올라와 찍은 사진은 폭포에서의 서늘함이 어느 정도였는지, 금새 더워져 렌즈가 습기로 가득차고 말았다.

 

내려가는 길에 담아보는 야생화들,
노란 물봉선은 처음 본다. 잎 색도 눈에 띄게 특이하고,

 

닭의장풀도 예쁜 자태를 뽐내는 중이다.

 

오후에 소나기 소식이 있기는 하지만 아침부터 안개비가 날리는 날씨,

 

다시 봐도 가파른길, 내려가는 길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또 보자, 무건리~

 

트레킹정보

* 거리 : 폭포까지 3.73km, 왕복 7.4km
* 소요시간 : 폭포까지 1시간14분, 내려올때 1시간 소요 (촬영시간 포함)

 

오늘도 좋은 길 하나 잘 걷고 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즐겁고 안전한 트레킹 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