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2]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를 가다

2022. 11. 5. 09:19+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걷기좋은길

2022.10.29
두번째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를 안보신 분들은 링크를 따라 가세요

https://wonhaeng.tistory.com/381

 

[신안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 #1] 순례자의 섬 기점소악도를 가다

2022.10.29 첫번째 이야기 송공항 (송공여객선터미널) 도착시간 05:57 기점.소악도의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우선 송공항으로 가서 배를 타야 한다. 블로그 이웃님의 소개로 알게된 12사도 순례길.

wonhaeng.tistory.com

 

 

 

계속해서 순례길을 걸어보자.

토마스의 집으로 가는 길에 염전인가 수차가 힘차게 돌아가며 물보라를 일으킨다.

 

 

 

바다를 향해 흔들의자가 있는 쉼터에서 갯벌 우측으로 여덟번째 마태오의 집이 먼저 보인다.

 

 

 

 

 

일곱번째 토마스의 집은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200m만 가면 된다. 좌측으로 가면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있고, 마태오의 집으로 바로 갈수 있다.

 

 

 

토마스의 집으로 가는 길은 게스트하우스 뒷편 순례길로 이어진다.

 

 

토마스의 집

인연의 집
도착시간 10:45

 

 

 

푸르른 범바우산을 배경으로 단정한 사각형의 하얀 예배당인 일곱번째 토마스의 집에 도착했다.

 

 

 

"인연의 집"인 토마스의 집은 김강이 건축한 작품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에는 별들이 내려와 박힌듯 꾸며져 있고, 십자가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
둥글고 푸른 창을 통해 바다가 내다보이는 풍경이 아름답다.

 

 

 

왼쪽벽엔 오병이어 부조가 있고, 외부 바닥에도 반짝이듯 별들이 박혀 있다.
신비한 빛깔의 푸른색 문이 인상적인데 푸른색 안료는 모로코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여덟번째 마태오의 집으로 가는 길은 왔던 길로 돌아가는게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뒷편 순례길을 따라 걷게 되어 있다.

 

 

 

갑자기 푸른 바다가 보고 싶어지긴 하지만 갯벌이 아닌 바다를 본다는건 순례길을 끝낸다는 것과 같은 말 일수도 있다.

 

 

 

언덕을 돌아서 내려오면 게스트하우스 앞에 도착하게 된다. 순례길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다.

 

 

 

 

 

게스트하우스 앞 갯벌에는 소악도로 들어가는 노둣길이 있고, 그 중간에 마태오의 집이 세워져 있다.

 

 

마태오의 집

기쁨의 집
도착시간 10:57

 

 

 

소악도 갯벌 노둣길에 있는 여덟번째 예배당 마태오의 집.

 

 

 

지역의 상징적 자연물인 갯벌 위에 세운 예배당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양파지붕이 아름답다.

 

 

 

김윤환의 건축작품으로 "기쁨의 집"이라 불린다.

 

 

 

금빛의 양파 모양 돔은 섬주민들의 일상과 삶에 경의를 표하고자 하였고, 출입문, 올라가는 계단까지 금빛으로 반짝이는 멋진 마태오의 집이다.

 

 

 

내부에서는 사방으로 뚫린 창을 통해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게스트하우스와 식당이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가장 많은, 혹은 가장 인기있는 장소였다.

 

 

 

갯벌과 하나되어 밀물때면 오롯이 섬이 되어 바다 한가운데 떠 있게 되는 마태오의 집.
밀물 때 고립되고 썰물이 되어 다시 일상의 기쁨이 반복되기에 기쁨의 집인것 같다.

 

 

 

노둣길을 걸어 소악도에 들어서면 오른쪽 방향으로 앞산 곁을 걷게 된다.

 

 

 

아홉번째 작은야고보의 집은 1.2km 거리에 위치해 있는데 앞에 보이는 개바우산을 넘어가야 한다.

 

 

 

벼베기를 끝낸 논에는 병충해 예방을 위해 불태운 흔적이 보이고, 그 논뚝길로 순례자의 길이 열려있다.

 

 

 

순례길이 의외로 걷기 좋은 평지길로만 이어진다 싶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산길을 넘어가지 않고도 소악교회를 지나 작은야고보의 집으로 갈수 있는 길이 있었다.

 

 

 

바다 풍경을 보며 산길을 걷는것도 나쁘지는 않다. 그리 가파르지도 않고 시원한 그늘까지 만들어주는 순례길이다.

 

 

 

바닷가 갯벌로 나가보니 저멀리 섬들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오고 있는게 보인다.
순례길중 딴섬이 제일 먼저 잠긴다고 하는데 혹시,, 저 섬이 딴섬은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은 접어두고 조성된지 얼마 안된 듯한 산길을 걸어 여기만 넘어가면 작은 야고보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

 

 

작은 야고보의 집

소원의 집
도착시간 11:28

 

 

 

산길에서 내려와 돌아본 아홉번째 예배당 작은 야고보의 집

 

 

 

장 미셀과 파코, 브루노의 합작품인 작은 야고보의 집은 "소원의 집"으로 불린다.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텐드글라스가 어우러진 예쁜 예배당이다.
지붕은 바다를 상징하는 파도이고, 커다란 물고기 모양의 스텐드글라스를 전면에 배치하여 어부의 집을 만들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유려한 곡선을 이룬 지붕이 미끄러지듯 아래로 향해 있고, 스텐드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이 은은하게 내부를 밝혀준다.

 

 

 

유럽의 바닷가에 어부의 기도소가 있듯 기점소악도 어부의 집으로 구상된만큼 소품 하나도 신경쓴듯 하다.

 

 

 

지붕에는 물고기 모양의 나무조각이 올려져 있고, 물받이 통도 어부의 집에 어울리도록 생활에서 쓰이던걸 설치해 놓았다.

 

 

 

우측 벽면에 툭 튀어 나온 돌이 있는데 기점소악도의 돌을 설치하여 쓰다듬으며 소망을 기원하도록 한 작품이라고 한다.

 

 

 

 

 

소악도에서 진섬으로 들어가는 노둣길로 순례길이 이어진다.

 

 

소악교회

 

 

 

노둣길을 건너가기 전에 반대방향으로 잠시 걸어가면 빨간지붕에 파란 창틀이 예쁜 소악교회를 만날 수 있다.

 

 

 

기점소악도가 순례자의 섬이 된 이유를 잠시 살펴보면 이곳 주민 90% 이상이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일년에 아홉 켤레 고무신이 닮아질 정도로 섬을 돌아다니며 전도한 한국 교회 역사상 첫 여성 순교자인 섬마을의 어머니 문준경 전도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1950년 10월5일 한국전쟁 때 문 전도사는 중도 앞바다 해변가에 끌려가 '새끼를 많이 깐 씨암탉'이라는 죄목으로 총탄세례를 받고 순교했다.

 

 

 

기점소악도 12사도 순례길은 문준경 전도사가 걸었던 섬과 섬 사이의 노둣길이 모티브가 되어 조성되었으며, 이곳 소악교회는 그녀가 세운 중도면의 11개 교회 중 오지의 마지막 교회라고 한다.

 

 

 

잠시 교회 풍경에 빠져본다.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교회는 본적이 없는것 같다.

 

 

 

기부형화장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섬도 외롭다
섬도 위로 받고 싶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당신오 오지않은 날의 섬은
더 외롭다.

정연우 시

 

 

 

어느새 나도 방랑자에서 순례자가 된듯한 느낌이다.

 

 

 

다시 진섬으로 건너가는 노둣길을 걷다 돌아보니 작은 야고보의 집이 어부의 소원을 기도하듯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작은 야고보의 집으로 가기 위해 산길을 넘어올때 봤던 섬 중에 물이 들어와 혹시나 했던 섬이 지금보니 딴섬이 맞는것 같다.
가운데 보이는 섬으로 자세히 보니 섬 입구에 길과 가롯 유다의 집이 보이고, 진섬과 딴섬 사이에 물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는게 맞았다.

 

 

유다 타대오의 집

칭찬의 집
도착시간 11:40

 

 

 

소악도선착장으로 가는 노둣길을 건너면 삼거리에 위치한 유다 타대오의 집을 바로 만날수 있다. 전방 보이는 길이 바로 소악도 선착장으로 가는 길이다.

 

 

 

열번째 예배당인 유다 타대오의 집은 손민아 작가의 작품으로 '칭찬의 집'으로 불린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러개가 있고,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하얀 예배당과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내부의 모습

 

 

 

이곳에서 열한번째 시몬의 집까지는 600m 거리다.

 

 

 

갯벌 건너편으로 작은 야고보의 집이 바라 보이고,

 

 

 

구름이 많긴 하지만 걷기에는 좋은 날씨다.

 

 

 

 

 

이 저수지를 지나면 열한번째 시몬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

 

 

시몬의 집

사랑의 집
도착시간 11:57

 

 

 

진섬의 솔숲이 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열한번째 예배당 시몬의 집이 위치해 있다.

 

 

 

강영민 작가의 작품으로 '사랑의 집'으로 이름되어 있다.

 

 

 

출입문 없이 전면에서 후면까지 시원스레 뚫여있어 바닷가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와 한몸이 되는 곳이다.
이쪽에는 이미 물이 다 들어와 있어 살짝 놀랬다.

 

 

 

예배당 꼭대기에는 반쯤 감긴 눈을 한 하트가 내려다보고 있다.

 

 

 

두터운 흰 석회벽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단단한 조형미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제 마지막 열두번째 가롯 유다의 집만 남았다.
대나무 숲길이 바닷가를 따라 이어져 있는 순례자의 길로 들어선다.

 

 

 

 

 

중간에 바다로 나가보니 물이 이만큼 들어와 있었고, 혹시 딴섬을 못건널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대나무길이 끝나는 지점에 광활한 모래해변이 나타나면서 딴섬으로 들어가는 길이 보인다. 길이 사라지기에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지대가 낮은 부분으로 물이 먼저 들어오니 금새라도 길이 끊길것만 같은 느낌이다.

 

 

가롯 유다의 집

지혜의 집
도착시간 12:09

 

 

 

프랑스 망슈의 몽생미셸을 연상케하는 열두번째 예배당, 가롯 유다의 집.
소악도 딴섬에 위치해 밀물 때는 고립되고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섬과 연결되어 걸어들어갈 수 있다.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로 지어진 예배당으로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섬 언덕에 자리를 잡아 아름다운 예배당이다.

 

 

 

손민아 작가의 건축작품으로 '지혜의 집'으로 불린다.

 

 

 

내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모습.

 

 

 

원목의 긴 탁자 위에 저마다의 소원 성취를 위해 기부하듯 놓여있는 천원짜리,, 어쩌면 열두사도의 집을 모두 완주한 기쁨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주변에서 주워온 조개껍질로 살며시 눌러 놓았다.

 

 

 

예배당 옆에는 살짝 꼬인듯한 종탑이 세워져 있어 종을 치면서 순례길의 마지막임을 알린다.

 

 

 

12개의 예배당을 지나오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종탑에서 열두번의 종을 치면서 하나씩 천천히 허공에 날려 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지혜를 얻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순례길의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다니 가슴 벅찬 느낌이다.

 

 

 

함께 계시던 두분이 떠나고 딴섬에는 이제 나홀로 남게 되었다. 물이 밀려드는 파도 소리에 한동안 벤치에 앉아 바다를 즐겼다.

 

 

 

 

 

이제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 소악도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될 이 풍경 하나 얻어가는 것도 좋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한결 마음이 편해진 느낌이다.

 

 

 

시몬의 집을 거쳐 유다 타대오의 집 삼거리에 도착. 이곳에서 앞에 보이는 길로 간다.

 

 

 

신안 섬 자전거투어가 있어 이렇게 인증 장소도 표시되어 있다.

 

 

 

유다 타대오의 집 삼거리에서 선착장까지는 금새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방랑자에서 순례자로..."

 

 

 

아직 배 타는 시간까지는 1시간20분 정도 남았다.
점심 때가 지나서인지 사람들이 없는 첫 식당에 짐을 풀고 주문후에 선착장을 둘러본다.

 

 

 

소박한 포토존은 바다 풍경과 잘 어울린다.

 

 

 

순례자의 카페 "쉬랑께"도 선착장 바로 전에 위치해 있다.
배를 타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거의 모두 이곳에서 쉬고 있었다.

 

 

 

소악도 선착장

도착시간 12:58

 

 

 

소악도 선착장의 모습
매표소나 별다른 시설은 없고, 두 동의 천막과 벤치가 선착장 시설의 전부이다.

 

 

 

어느새 물이 가득 들어와 있다.

 

 

 

 

 

 

 

이곳에서 걷기를 종료했다.

식사후 잠시 여유있게 쉬다보니 시간은 금새 흘러간다.

* 소요시간 : 4시간 52분 (휴식, 촬영시간 포함)
* 걸은거리 : 12.7km

 

 

 

14시26분 소악도선착장을 떠나 송공항으로 출발한다.

 

 

 

배에서 바라본 딴섬의 가롯 유다의 집, 물이 들어와 길이 끊겨 있고 딴섬은 진정 섬이 되고 있었다.


한겨울에 걸어도 춥지 않고, 높낮이가 없어서 걷기에도 좋은 순례자의 섬이라고 신안군은 소개한다.
순례길 사이 사이의 작은 예배당은 불자에게는 자신만의 작은 암자가 되어주고, 가톨릭 신자에겐 자신만의 작은 공소, 이슬람 교도에겐 자신만의 작은 기도소, 종교가 없는 이들에겐 잠시 쉬면서 생각에 잠기는 자신만의 작은 성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언제나 좋은날 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