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29
첫번째 이야기
송공항 (송공여객선터미널)
도착시간 05:57
기점.소악도의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우선 송공항으로 가서 배를 타야 한다.
블로그 이웃님의 소개로 알게된 12사도 순례길.
소악도 물때표를 보니 간조시간이 첫배를 타고 들어가면 딱 좋은 때여서 자세한 정보도 없이 무조건 출발하게 되었다.
* 소악도 물때표
https://www.badatime.com/1321.html
이미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들이 주차되어 있지만 워낙 넓다보니 주차공간은 충분했다.
* 주차 무료
12사도 순례길 코스
송공항 - 대기점도 - 소기점도 - 소악도 - 진섬 - 딴섬 - 소악도선착장 - 송공항
* 1번 베드로의 집부터 12번 가롯유다의 집까지 걷는 순례자의 길
* 소요시간 : 대기점선착장에서 순례길을 걸어 소악도선착장까지 약 12km, 4시간52분 (휴식, 촬영시간 포함)
* 송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 배로 1시간정도 소요됨.
많은 사람들이 소악도에서 시작해 역순으로 걷는데 그 이유는 마지막 가롯 유다의 집이 있는 딴섬이 가장 먼저 물이 들어오는 곳이어서 물때를 못맞추면 건널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단 출발은 순서대로 걷기 위해 첫배로 대기점도 표를 끊었고, 나올때는 소악도에서 승선하는 14시25분 표를 구매했다.
여유있게 촬영해도 이정도 시간이면 충분하겠다 싶었는데 가능할지 걸어봐야 알것 같다.
오늘 대기점도까지 나를 데려다 줄 여객선은 세종1호,
첫배의 출발시간은 6시50분, 승선은 6시20분 부터 가능했다. 첫배를 타고 섬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서 놀람~
천사대교 아래를 지나면서 몇년만에 바다 일출을 본다.
한창 작업중인 김 양식장 위에도 해가 드리우고~
배는 소악도, 매화도를 지나 대기점도로 향해 가는 중이다.
송공항에서 대기점도까지는 대략 1시간 정도 걸린다.
7시32분에 소악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먼저 내렸고, 대기점도에는 7시57분에 도착했다.
베드로의 집
건강의 집
도착시간 07:58
대기점도 대기점 선착장 끝에 위치한 베드로의 집은 그리스 산토리니 풍의 둥글고 푸른 지붕을 가졌다.
흰 회벽으로 마감해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예쁜 예배당으로 순례길의 열두 건축물중 첫번째에 해당한다.
오른쪽의 둥근 예배당과 왼쪽 사각 건물은 화장실이지만 하얗게 지어져 바다와 잘 어울린다.
그 가운데 순례길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 코스 중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볼일은 미리 해결하는게 좋다.
* 종교적인 설명은 잘 알지도 못하니 생략했음.
베드로의 집은 "건강의 집"으로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임하자는 의미라고 한다.
소악도에서 시작하지 않고 이곳을 출발점으로 선택한 이유도 바로 건강의 집이 1번인 이유가 컸다.
내부에는 꽃양귀비와 엉겅퀴가 수채화로 그려져 있고, 촛대와 기도할수 있는 탁자, 바다가 내다보이는 창이 세로로 나 있다.
신도가 아니더라도 순례길 곳곳에 지어진 열두개의 작은 건축미술 작품을 만나며 누구나 들러서 묵상, 기도, 쉼,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만 방문객이 많다보면 오래 머문다는게 어려울 수도 있다.
현재 이곳에 도착한 사람은 나와 다른 한 가족이었는데 서로 배려해 주어 엄니를 위한 조용한 기도도 하고, 촬영도 여유있게 할수 있었다.
종을 한번 치고 순례길을 시작한다.
선착장 끝에 위치한 베드로의 집을 떠나 두번째 안드레아의 집으로 출발해 보자.
안드레아의 집은 선착장에서 900m에 위치해 있다. 대기점도를 우측으로 돌아가면 된다.
해가 뜨는 방향은 해무때문에 아직은 뿌옇게 보인다.
12번까지 걷기가 자신없는 사람들은 자전거 대여소가 있으니 전기자전거로 순례길을 돌아볼 수도 있다.
관광객 차량은 거의 없는 섬이라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Patrimonito, 빠뜨리모니또)
전남 가고 싶은 섬 신안군 기점소악도는 순례길을 비롯한 섬 전체가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2021년 7월26일 21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방자치 단체에 걸친 4개 갯벌을 국내 15번째 세계유산이자 두번째 자연유산으로 등재를 결정하였다고 하니 걷는 의미도 남다른것 같다.
이렇게 알기 쉬운 이정표가 주요 지점마다 설치되어 있어 순례길에서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병풍도를 비롯해 기점소악도에는 맨드라미가 많다. 이미 시들긴 했지만 섬의 모습이 더 아름답게 보인다.
바다쪽 갯벌을 보며 걷다 보면 이 고개를 넘어 북촌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안드레아의 집
생각하는 집
도착시간 08:28
두번째 안드레아의 집은 병풍도까지 걸어갈 수 있는 노둣길 입구에 위치해 있다.
안드레아의 집은 "생각하는 집"으로 길고양이들을 섬의 수호신으로 상징화한 건축물이다.
두개의 높고 둥근 지붕 첨탑에는 종처럼 매달린 여물통을 볼수 있고, 그 꼭대기에 고양이가 앉아 있다.
벽면 창은 돌절구를 뚫어 사용해 주민의 삶과 풍경을 작은 예배당에 담았다.
안으로 들어가 보면 마치 동네 우물과 비슷하게 생긴 둥근 기도터가 있고, 그 위에 달을 형상화하여 안으로 파인 둥근 원안에 초를 밝힐수 있게 해두었다.
벽돌이 파인 안쪽에 박혀있는 십자가가 강렬한 느낌을 준다.
섬의 밀물과 썰물을 해와 달로 해석했다고 하니 이건 해를 형상화한 것이겠지~
단순한 천장이 문양 하나로 아름다워 보인다.
북촌마을 동산에 위치한 안드레아의 집은 그냥 보기에도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을 지녔다.
고양이가 많아 섬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던 고양이가 우아한 자태로 작은 예배당 앞을 지키고 있다.
지붕 위에 올라 앉은 두마리의 고양이가 바다를 바라보며 마치 첨병 역할을 하는듯 보인다.
차량에서 해설사 한분이 내려 다가와 안내지도를 건내며 이 노둣길은 병풍도로 갈수 있는 길이라고 알려 주신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순례길 코스를 배를 타지 않고 병풍도에서 시작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세번째 야고보의 집으로 가는 길
빨간 맨드라미가 바다를 향해 활짝 피었다..
갈림길에서 먼저 야고보의 집 방향으로 가본다.
숲 아래에 야고보의 집이 보인다. 논뚝길을 따라 저곳까지 갔다온 후 다시 여기로 와 요한의 집으로 가면 된다.
코스모스 밭 끝에 위치한 숲속의 작은 예배당
차량과는 잠시 헤어져 12km를 걸어야 하는 '자발적 가난, 즐거운 불편'이 기점소악도의 컨셉이라고 한다.
야고보의 집
그리움의 집
도착시간 08:52
세번째 야고보의 집은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이는 예배당이다.
붉은 기와와 통나무로 처마를 완성한 지붕을 보면 숲속의 오두막을 연상하게 한다.
문에 설치된 거울에는 그리움의 집이라는 이름처럼 함께하는 사람의 모습이 보이게 되어 있다.
야고보의 집 "그리움의 집"은 우리나라 작가 김강이 건축했다.
출입문 위쪽의 십자가를 보며 들어갔는데 내부에는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문양이 부조되어 있다.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이었는데, 비천상에도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있는 만큼 종교를 떠나 마음이 쉴수 있는 곳이었다.
자리에 앉자 다섯개의 작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부드러운 빛은 오랫동안 머물게 할것만 같았다.
출입문이 가장 예뻤던 그리움의 집이다.
그리움이 차곡차곡 쌓이듯 다양한 크기의 통나무 조각을 붙여 놓았다.
어릴적 가지고 놀던 다양한 색깔의 유리구슬을 박아놓은 화단,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꽃 대신 조개껍질로 그리움을 표현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방문객 없이 혼자서 오롯이 이 풍경을 즐기고 있는 중이지만 이러다 끝섬에 못들어 갈수도 있지 싶었다.
다시 논뚝길을 걸어 나와 네번째 요한의 집으로 간다.
거리는 400m, 다음 이정표를 보면 거리가 잘못 표기된것 같다.
첫머리 지도를 보니 요한의 집으로 가는 길은 걷던 방향으로 계속 걷는 길과 선착장으로 돌아가는 길, 두가지가 있는듯 하다. 어느 방향으로 가든 400m는 훨씬 넘는 거리다.
삼거리에서 좌측 길로 가면 '갤러리 노두'가 100m 전방에 위치해 있다.
400m였던 거리가 1.1km로 늘어나는 마법같은 순간!!
이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네번째 요한의 집을 다녀온후 다시 이곳으로 와 필립의 집으로 가야하는 모양이다.
처음엔 순례자로서 이 섬에 들어온건 아니었는데 이제는 진짜 순례자가 된 느낌이다.
이중섭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노두'
이 작은 섬마을에서 이중섭 화가를 만날수 있다는건 행운이었다. 잠시 들러 보면 좋을것 같아 미리 포스팅 해두었다.
https://wonhaeng.tistory.com/380
남촌마을을 지나가는 길, 빨갛게 칠한 지붕이 인상적이다.
마을길을 걸어 바닷가 끝에 도착하니 하얀 예배당이 보인다.
요한의 집
생명평화의 집
도착시간 09:43
네번째 요한의 집 "생명평화의 집"에 도착했다. 마치 바다를 향해 세워진 등대처럼 보이는 건축작품이다.
이 작품은 대한민국 작가 박영균님이 건축한 예배당이다.
다섯번째 필립의 집 역시 왔던 길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정표가 방향을 알려주고 있다.
전체적인 모형은 남성을 상징하고, 출입구는 여성을 상징한다고 한다.
뒤로 뚫린 긴 틈새로 보이는 무덤까지 연결된 삶과 죽음이 멀지 않다는 의미로, 우리 사는 동안에 뭇 생명들을 존중하고 더불어 평화로이 살다 가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꼭대기 지붕 창의 스텐드글라스가 매우 아름다워 보이고, 타일 조각을 붙여 만든 입구의 염소도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가 기증한 땅에 작가는 창너머로 할머니의 무덤이 보이도록 설계하여 건축으로 답했다고 한다.
다섯번째 필립의 집으로 가기 위해 다시 '갤러리 노두'를 지나 삼거리로 돌아왔다. 520m만 가면 노둣길을 지나 소기점도에 들어갈 수 있다.
필립의 집으로 가는 길, 저기 언덕만 넘어가면 된다.
필립의 집
행복의 집
도착시간 09:56
소기점도와 연결되는 노둣길 입구에 있는 다섯번째 필립의 집, 대기점도에 있는 다섯개의 예배당 중 마지막이다.
노둣길 입구 오른편에서 프랑스 남부의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띤 작고 예쁜 예배당을 만났다.
'행복의 집'인 필립의 집은 장 미셀과 파코가 건축했다.
적벽돌로 지어진 특이한 외형을 가지고 있다. 적삼목을 덧댄 유려한 지붕 곡선과 전체적인 물고기 모형이 독특한 건축물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두터운 유리로 만들어진 십자가 모양의 창이 유독 빛을 내는듯 보인다.
지붕의 바람창은 주민들의 절구통을 뚫어서 활용했고,
철탑에는 물고기 조형물이 달려있어 이 곳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섬이라는 것과 주민들의 생업을 표현했다.
이제 소기점도로 가는 노둣길을 따라 바르톨로메오의 집으로 갈 예정이다.
노둣길은 섬과 섬 사이를 잇는 길을 말하는데, 오래전 주민들이 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서 만든 길이라고 한다. 돌로 만든 징검다리 위에 지금은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다.
하루에 두번씩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면서 노둣길이 사라졌다 생겼다 한다.
만조시에 바닷물이 차올라서 길이 사라지고 나면 약 4시간 뒤에 썰물이 되어야 길이 다시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물때를 못맞추게 되면 12개의 집을 모두 볼수 없을 수도 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으로 가는 길은 갯벌을 바라보며 걷게 된다.
바르톨로메오의 집
감사의 집
도착시간 10:10
소기점도에서 볼 수 있는 두개의 집 중 여섯번째 바르톨로메오의 집이다.
감사의 집으로 불리는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현재 공사중인데 주변으로 조경작업이 한창이었다.
다른 집들과는 달리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호수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배를 타야 들어갈 수가 있다.
누워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물결 모양의 마루가 있고,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한낮의 빛을 모아 밤에는 은은한 빛을 밝힌다고 한다.
호수 위의 예배당으로 물이 가득한 호수에 그림처럼 떠 있는 하나의 건축미술 작품이다.
목조와 통유리로 만들어져 낮과 밤 모두 아름다운 자연의 빛과 색채를 흡수하여 우아한 모습이다.
호수 둘레에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정식으로 오늘 첫 휴식시간을 가져본다.
순례길 자체가 그늘이 없어 서서히 더워지던 참이었는데, 산새소리가 정겨운 이곳은 시원한 그늘까지 만들어주니 쉬어가기에 적당한 장소였다.
쉬면서 체력 보충도 했으니 1.4km로 제법 먼곳에 위치해 있는 일곱번째 토마스의 집으로 출발해 보자.
토마스의 집으로 가는 길이 이제 700m 남았다.
담아온 사진들이 아까워 사진을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게 되어 두편으로 나누었음~
https://wonhaeng.tistory.com/382
12사도 순례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다음 편도 꼭 읽어주세요~^^
Photographed by BayZer™
'+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 걷기좋은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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