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운악산] 경기 5대악산, 병풍바위와 미륵바위의 설경에 빠지다

2021. 1. 16. 19:37+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산행이야기

2021.01.13

 

운악산 등산코스 지도

하판리안내소 - 눈썹바위 - 병풍바위 - 미륵바위 - 망경대 - 정상 동봉(비로봉) - 절고개 - 현등사

화요일 많은 눈이 내린 김에 토요일 일정이었던 운악산 산행을 앞당겨 다녀오게 됐다.
한낮이지만 평일이라 등산객이 없어 코로나 걱정은 없었다.

 

운악교를 건너 좌회전하면 버스종점인 주차장이 있다.

* 주차요금 : 경차 1,000원, 소형 2,000원, 대형 4,000원 (선불)

오늘 코스는 눈썹바위 방향인 청룡능선으로 올라 절고개에서 현등사로 하산하는 코스다.
운악교 옆 커다란 안내도(위)에는 눈썹바위 방향이 1코스로 나오고, 안내소에 있는 안내도에는 2코스로 되어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오늘의 준비물은 카메라, 아이젠, 스패츠, 방한장갑, 간단한 먹식이

 

운악산 안내소

도착시간 11:07

 

 

도로에서 보건소를 지나 좌측으로 들어서면 안내소가 보인다.
여기에서도 요금을 받지 않아 더 올라가 매표소가 있는줄 알았다. 정면에 현등사 일주문이 보인다.

* 입장료 없음

 

점심때부터 시작된 산행, 아직은 여유가 있어 보인다.
TMC 대장,,기념으로 한컷

 

처음에는 현등사 방향으로 차가 갈수 있는 넓은 길이 이어진다.
전날 눈이 많이 와 아직은 설경이 볼만하지만 한낮 온도가 4도로 워낙 따뜻한 날씨여서 해가 드는곳은 점점 녹아가고 있는 중이다.

 

안내소에서 800m 정도 오른후 우측 운악산 정상 망경로 방향으로 들어선다.
이곳으로 가면 눈썹바위, 병풍바위, 미륵바위를 차례로 볼수 있다.

 

햇빛이 드는곳은 우리가 오르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녹아가고 있었다.
그나마 산길에 쌓인 눈은 아직 그대로네~

 

안내소에서 1.11km 오른 지점, 저멀리 눈썹바위가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나무의 하얀 설경은 볼수 없었지만 저멀리서 안개가 밀려오고 있어 정상부근은 그리 쉽게 녹아 없어지지는 않을거라 기대해 본다.

 

하늘에서 빙빙 돌던 매 한마리가 눈썹바위 윗부분 암벽에 앉자 그거 잡아보겠다고 시간을 보내고 있는중,,
이럴때가 아닌데~~ㅋㅋ

 

 

안타까운 마음에 햇빛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올라가 본다.

 

눈썹바위

도착시간 12:15

 

이전 이정표에서 20분 정도 지나 눈썹바위에 도착, 높은 암벽 위에 눈썹처럼 툭 튀어 나온 바위가 얹혀진 형상이다.
오늘 산에서 처음 만나는 분들, 이분들도 매를 보셨는지 눈썹바위 위로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한다.

 

눈썹바위

중생대 쥬라기 화강암으로, 약 1억 5천년에서 2억년 사이 마그마가 지하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어 형성된 암석으로 차별 풍화로 눈썹모양을 보인다는 안내글이 있다.

 

선녀를 기다리다 바위가 된 총각

옛날에 한 총각이 계곡에서 목욕하는 선녀들을 보고는 치마를 하나 훔쳤다.
총각은 치마가 없어 하늘에 오르지 못한 선녀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선녀는 치마를 입지 않아 따라갈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그 말에 총각은 덜컥 치마를 내주었고, 치마를 입은 선녀는 곧 돌아오겠다며 하늘로 올라갔다.
총각은 선녀 말만 믿고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이 바위가 되었다.

 

 

작은 소나무들이 바위 틈으로 뿌리를 내린채 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눈썹바위 부터는 이전의 등산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가파르고 험해지기 시작한다.
ㄷ자형 쇠가 암벽 곳곳에 박혀있다.
눈썹바위에서 만났던 분들은 정상 찍고 내려오는줄 알았는데 우리보다 앞서 올라와 눈썹바위에서 그만 내려간다고 한다.

 

 

봄날같은 해가 이미 많은 눈을 다 녹였다.
땀이 뚝뚝 떨어지고, 골짜기에는 바람도 불지 않는 날씨다.

 

안내소에서 1.88km 올라온 지점, 다른 계절을 오가는것 같은 착각이 든다.
초코바로 열량 보충도 하고 잠시 휴식을 갖는다.

 

 

쉬는 틈틈이 주변 스케치도 하고,

 

이곳부터는 눈도 제법 쌓였다.
해가 들지않는 산등성이 반대쪽은 멋진 설경을 보여준다.

 

 

안개가 밀려왔다가 다시 맑게 활짝 개고, 하늘도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눈썹바위를 출발한지 40분만에 전망이 탁트인 사진찍기 좋은 포인트에 도착했다.

 

고도가 급격하게 높아진만큼 멋진 풍경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제 정상까지 1.5km 남았다.

 

10분 전까지만 해도 저 앞에 보이는 봉우리가 정상인줄 알았는데, 아직도 1.45km 남았다니,,
미끄러워서 지금은 아이젠 착용하며 쉬는 중~

 

암벽들이 멋지게 늘어선 운악산
경기의 설악이라고도 불린다는데 그 이유를 알것 같다.

 

 

아이젠 착용 지점에서 20분 정도 오르자 멋진 병풍바위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때만해도 멋진 풍경에 사진을 찍어대며 시간을 보냈는데,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필요가 없었다는걸 나중에야 알았다.

 

병풍바위 전망대

도착시간 13:51

 

더이상 지나갈 길이 없는 것처럼 정면에 안개에 휘감긴 웅장한 암벽이 화려한 그림처럼 펼쳐진다.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바라본 운악산의 암벽.
험준한 모습의 병풍바위가 암릉을 이루며 절경을 보여준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황홀한 풍경~~

 

 

제일 가깝게 우뚝솟은 봉우리는 미륵바위 뒷부분이다.
청룡능선으로 불리는 이 능선을 지나가야 한다. 

 

우리가 가야할 정상은 저 멀리 안개속에 가려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저 험준한 봉우리들을 어떻게 지나가게 되는지 등산로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안개와 상고대가 합쳐져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어느곳을 찍어도 멋진 그림이 되는 풍경이다.

 

TMC 대장이 찍어준 내 모습,,
이 사진은 내 프로필로 두고두고 쓰일 예정이다^^

 

더이상 지체하면 하산길이 늦어질것 같아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미륵바위 방향으로 향한다.

 

역시나 험준하게 등산로가 이어지고,

 

바위에 박힌 ㄷ자 쇠가 없었다면 올라가지도 못할 구간들이다.

 

청룡능선 답게 거칠고 험한 능선길이 계속 이어진다.

 

 

14:23분 도착지점
병풍바위 방향 아래로 가는 이 길은 출입금지였다.

 

능선 반대쪽은 해가 들지않아 아직 녹지않은채 멋진 설경을 보여준다.

 

급격히 높아지는 고도와 눈길때문에 시간이 점점 지체되고 있다.

 

그래도 오랜만에 겨울산 다운 산을 만난것 같아 기분이 업되어 있다.

 

미륵바위 전망대

도착시간 14:30

 

병풍바위 전망대에서 미륵바위는 어떻게 올라가나 궁금했는데, 봉우리를 돌아 이미 지나온 상태였다.

 

처음엔 남근바위 인줄 알았는데 미륵바위라는 표지석이 있다.

 

멀고 거대하게 느껴졌던 병풍바위도 이제는 뒤돌아 봐야만 볼수 있을만큼 청룡능선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다.

 

인증사진 한컷 남기고~~

 

 

조금은 편해진 등산로지만 경사가 있다보니 숨이 차오른다.
다 온듯 하면서도 끝없이 이어지는 길

 

하판리 안내소에서 2.82km 온 지점, 이제 정상까지 260m 남았다는 이정표가 반갑고 기쁘기만 하다.

 

운악산은 마지막까지 산객을 곱게 보내주지 않는다.

 

마치 암벽등반을 하는 것처럼 험한 등산로가 극에 달한다.

 

잠시 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어느새 많은 암봉들보다 우리의 위치가 더 높아져 있는 짜릿한 순간을 느낄수 있다.
좌측으로 미륵바위도 보이고, 우측 바로앞에 높이 솟은 암봉은 등산로가 없어 출입금지 되어 있는 곳이다.

 

정상까지의 260m 거리가 지금까지의 거리보다도 더 멀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왼쪽 사진처럼 올라가면 바로 위에 오른쪽 사진과 같이 암벽등반 코스가 이어진다.
등산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셀카라니~~ㅋㅋ
아마도 이 어이없는 길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나보다~^^

 

여기서 우리가 나눈 대화는,,
다리가 후들거린다며 이쪽으로는 절대 하산하지 말자는 거였다.ㅎㅎ

 

여기만 올라가면 정상이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멋진 암벽에서 피곤한 눈꺼풀을 가진 얼굴이 보인다. 기분 탓이겠지~~~ㅎㅎ

 

힘들게 올라오면 산은 그만큼 보상을 해주는것 같다.
너무 멋진 촬영포인트에 도착했다. 출입금지 구역은 절대 아니고 정식 등산로인 곳이다.
순식간에 기분이 업되는~ 근데 260m가 왜이리 먼건지ㅠㅠ

 

이때만해도 몰랐는데 지금 사진으로 보니 길 자체가 아찔하고 조금 무서워 보인다.

 

암벽을 지나자 바로 철계단이 이어진다.
260m라고 했으니 여기만 올라가면~~~ 오르던 내내 수없이 되뇌이던 말이다.

 

역시나,, 정상은 보이지 않았고...
병풍바위를 기분좋게 바라보던 그 시간, 안개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정상이 아마도 오늘 산행의 우리 미래였나 보다.

 

이렇게 마음이 무너져 내린적이 있을까??? 정상인 동봉까지 390mㅋㅋ
아놔~~ 한참전의 정상 260m 표지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갈수록 늘어나는 거리 OTL

 

 

 

390m를 믿어보며 잠시 멋진 설경에 힘든 것도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이다.

 

어느새 3시를 훌쩍 넘긴 시간,,

 

 

 

해가 넘어가 자칫하면 하신길에 어두워져서 고립될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 멋진 설경을 스치듯 지나가며 감상은 커녕 의무적으로 카메라로만 일단 담아둔다.

 

여기만 넘어가면 정말 정상이기를 바라며~~
해는 구름에 가려 어둑어둑해지고 기온도 많이 내려간것 같다.

 

 

망경대

도착시간 15:18

 

넓은 암반이 있는 이곳이 처음엔 어딘지 몰랐는데, 집에와 사진을 확인해보니 망경대였다.

 

 

그냥 지나치려다 비석이 세워져 있어 사진으로만 담아놓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그대로 지나간 곳이었다.
망경대에서 내려다 보는 운악산의 멋진 설경을 못봤으니 끝내 후회가 될 일이다.

 

망경대를 지나면 다시 내려갔다가 목조계단을 오르게 된다.

 

정상이 100m 남은 지점, 이젠 정말 다 왔나보다.

 

운악산 정상

도착시간 15:23

 

드디어 운악산 정상에 도착했다.
특이하게 두개의 정상석이 있는데, 가평군에서 설치한 운악산 비로봉

 

포천시에서 설치한 운악산 동봉.
아마도 운악산이 두 도시의 경계에 있나본데, 최고봉의 이름이 다른 이유는 왜인지,,,?

 

정상에서는 나무와 잔가지들로 인해 전망이 그리 좋지가 않다.
그래서 더욱 망경대를 모르고 지나친게 후회 막심이다.

 

일단 컵라면에 물을 붓고, 오늘 초코바 하나 외에 첫끼,,
어두워질까봐 그냥 내려가려다가 너무 허기가 져서 일단은 먹고 가는걸로~~

 

하산길은 절고개로 이동해 현등사 방면으로 내려가는 코스다.
처음부터 그리 정했지만, 만에 하나 지금 올라온 길로 다시 내려가라면 아마도 다시 못내려갈듯ㅠㅠ
15:48분 안전하게 하산 시작,,
내려갈때는 카메라도 다 챙겨 넣고 핸드폰으로 주요 지점만 촬영하기로 한다.

 

절고개

도착시간 15:51

 

운악산 정상에서 640m 내려온 지점, 한북정맥의 줄기인 절고개에 도착했다.
현등사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또한 그리 편한길은 아니다.
경사가 급하고 눈도 쌓여 있어서 아이젠 없이는 미끄러우니 겨울산행에는 필수이다.

 

15:56분, 코끼리바위에 도착, 이건 뭐 그냥 딱봐도 코끼리네~^^

 

절고개에서 20여분 정도 내려온 지점인데 여기가 절고개인지 이곳에도 이정표가 걸려 있다,,
암튼 2.6km 남았다.

 

절고개 폭포에서도 한컷만 담고~~

 

하산 시작한지 1시간 정도 된 지점, 여기서부터는 비교적 편한 길이 이어진다.
적당히 쉴만한 곳에서 아이젠도 풀어 챙겨넣고, 커피도 한잔 마시며 한숨을 돌려본다.

 

현등사

도착시간 16:40

 

현등사 갈림길에 도착, 여기서부터 안내소까지 1.85km 남았다.
현등사에는 들리지는 않고 그냥 내려가기로~

 

내려가다보니 현등사로 올라가는 돌계단 길이 나온다.
아쉽지만 그냥 패스~~

 

민영환 암각서와 꽁꽁 얼어버린 무우폭포도 볼수 있다.

 

우리나라 5대 악산답게 절대 잊지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운악산!!!

 

고생하며 찍어온 사진이 아까워 한장도 버림없이 다 써야겠다 했는데,,
이것만으로도 스크롤 장난 아닐듯 하다.
인천까지 돌아가는 길이 퇴근시간에 맞물려 2시간이나 걸린다는 네비의 말을 믿고 아예 가평에서 저녁을 먹고 가는걸로,,,

30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막국수 집에서 시원하게 땀을 식혀 본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언제나 좋은날 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