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9.25
(블랙야크 100대 명산)
사진 많음 주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횡성휴게소에서 아침을 맞이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침 하늘이 참 좋았는데~
장구목이 입구
도착시간 07:30
가리왕산을 가기 위해 장구목이 입구에 도착하니 하늘 빛이 흐려지고 있다.
들머리인 장구목이 입구는 장전터널을 지나 약간 내리막길를 내려가다가 영월 76km 이정표를 보고 우측 갓길에 주차를 하면 된다.
* 네비검색 : 장구목이, 장구목이골
* 주소 : 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 산400-22
도로에서 본 장구목이 입구의 풍경,
우측에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좌측 이끼계곡에서는 요란한 물소리가 울려 퍼진다.
가리왕산 등산코스 안내
장구목이 코스(제3코스) : 장구목이 입구 - 이끼계곡 - 장구목이 임도 - 주목군락지 - 정상삼거리 - 가리왕산 상봉
* 거리 : 편도 4.2km
* 소요시간 : 3시간30분 ~ 4시간
* 난이도 : 이끼계곡까지는 보통, 장구목이 임도부터는 어려움
산행정보
* 거리 : 왕복 8.74km (원점회귀)
* 등산 소요시간 : 4시간20분 (장구목이~9폭 2시간20분, 9폭~정상 2시간)
* 하산 소요시간 : 2시간04분
* 총 소요시간 6시간57분 (계곡촬영, 정상 휴식시간 총 1시간18분 포함)
등산로로 들어서기 전부터 좌측에서 이끼계곡을 바로 만나게 된다.
가리왕산 정상인 상봉은 해발 1,561m로, 시작고도가 트랭글 기록상 442m이니 정상까지 4.2km 구간에 해발 1,120m를 끌어올려야 하는 빡센 산행이다. 그럼에도 장구목이 코스가 인기있는 이유는 바로 이끼계곡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행의 절반이 이끼계곡이니 굳이 시작 지점부터 시간을 빼앗길 필요는 없지만 이끼계곡과의 첫만남이니 서너장 담고 간다. 오늘도 역시 등산을 위해 삼각대는 과감히 생략하고 손각대로만~
등산길 초입에는 잠시 계곡을 왼쪽에 두고 숲길로 가지만 수량이 풍부한 계곡 물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온다.
투구꽃이 제법 많이 피어 있고, 바위는 이끼와 양치식물들이 뒤덮었다.
등산로 아래 소리로만 듣던 계곡 물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면 첫번째 계곡 촬영장소인 1폭이 나타난다.
이끼계곡에는 누군가가 9폭까지 이름표를 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코팅된 이름표는 5폭부터 확인할 수 있었고, 어느 것이 1폭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제일 처음 만나는 이곳이 아마도 1폭이지 싶다.
이름이 그리 중요한건 아니니 초록 이끼의 계곡을 이제부터 눈호강하며 담아보자.
폭포라기엔 규모가 작지만 며칠전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 물소리만으로도 대단한 위용을 보여준다.
금새 두번째로 계곡에 다가갈 수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
굳이 숲을 헤치고 나가거나 계곡을 건널 필요도 없고, 이끼를 밟고 서지 않아도 충분히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환경이다.
거친 물살은 요란할 정도의 굉음으로 부서지며 이끼계곡의 매력을 보여준다.
여름이 다 가기전에 꼭 와 보고 싶었는데, 계속되는 여름 같은 가을 날씨 덕분에 푸른 융단이 깔린 이끼계곡을 만나고 있다.
잠시 계곡과 헤어지며 호젓한 숲길을 걷는다.
나무다리를 지나 계곡을 건너면 이제부터는 줄곳 계곡을 오른편에 두고 올라가게 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본 이끼계곡,
ND필터 없이, 삼각대 없이, 물살의 흐름을 잡으려다보니 셔터스피드 1/5초는 유지해야 할 것 같아 조리개 값을 조정하기도 하고, 어두운 곳에서는 iso도 올려가며 찍었다.
VR기능으로 버텨 보기에는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한계에 부딪치지만 산행시간을 고려해 속성으로 촬영하기 위해 삼각대를 놓고 온건 나의 선택이었으니 이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이끼의 선명함이 아쉬운~
아쉬워야 다시 한번 찾아올 핑계도 될테니ㅠ;;
등산로는 하나의 길로 이어져 길 찾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너덜길이라 잘못 디디면 발목을 접질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가리왕산은 전화가 안되는 곳이 많다. 통화가능 장소는 이렇게 안내되어 있다.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에서는 잠시 들러 또 몇장 찍고 간다.
계곡 풍경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다보니 산행시간이 쭉쭉 늘어나고 있다.
들어갈 수 없는 곳은 줌으로 당겨 담아보고,
굽이굽이 흘러내리는 청량한 물소리는 온 숲을 가득 메우고 있다.
등산로에서 내려다 본 계곡 풍경
숲길을 걸어도 귀가 멍해질 정도로 쉴새없이 물소리가 고막을 자극한다.
거대 거미의 다리처럼 보이는 부러진 나무도, 산비탈을 빼곡히 채운 이끼나 고사리들도 이곳 가리왕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절대 흔치않은 원시림을 걷고있는 중이다.
잠시 계곡으로 들어서면 숲길과는 또다른 원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굽이치며 길게 이어지는 물줄기는, 바위의 초록 이끼 양치식물들과 멋진 대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최고의 원시림 앞에서 잠시 물멍으로 휴식시간을 갖는 중, 물길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새 빨려 들어갈듯 하다.
불친절한 등산로는 여전히 계속 이어지고, 정상까지는 아직 2.8km가 남았다.
다시 2분 정도 숲길을 걸어 만나는 4폭,
다음 촬영지점에서 5폭이라는 명찰을 봤으니 그 전인 이곳이 아마도 4폭인 모양이다.
다시 등산로로 들어서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갔을 길 한가운데 핀 야생화는 아무도 밟지 않았다.
발을 디뎌야 하는 바위 아래에는 버섯이 숨죽이며 자라고 있다.
4폭 상류쪽 계곡에도 작은 폭포들이 덩치보다 더한 굉음을 울리고 있다.
등산시간 자체가 이제는 별 의미가 없어졌다.
계곡을 그냥 지나치며 정상까지 올라가기에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을 풍경이기에 시간만큼은 넉넉히 써볼 작정이다.
등산로 옆으로 다시 계곡을 마주할 수 있는 지점에 앞선 산객들이 보인다.
이름표를 확인할 수 있었던 5폭,
온통 이끼 투성이 바위들은 오랜 세월을 짐작케 하고,
신비로운 계곡 풍경에 잠시 방심했는지 느린 셔터스피드에 흔들려 쓰지 못한 사진들이 제일 많이 나온 곳이었다.
야생화들이 점점 많아지는~
6폭도 바로 앞에서 담을 수 있는 환경이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이끼계곡의 모습은 산행 자체를 잊게 만든다.
풍부한 소리의 오케스트라처럼 다양한 환경으로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출발한지 어느새 1시간 40분이 지났다. 9폭까지는 이제 25분 정도 남짓,
계곡이든 숲길이든 원시림만의 풍경은 산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금새 7폭에 도착~
간단히 몇장 담고,
지나가며 또 한장 담고,
등산로는 여전히 한결 같고 사진 찍는 시간이 등산 시간보다 더 많이지는 느낌이다.
계곡 덕분에 물기를 잔뜩 머금은 너덜길~
뿌리를 드러낸채 홀로 선 주목은 뒷쪽을 보니 속이 비어있다.
죽은듯 살아있는 주목을 지나면 8폭에 도착하게 된다.
8폭으로 들어가는 길,
계곡 상류로 올라갈수록 잘 보호된 이끼들이 융단처럼 깔려있다.
참고로 이곳 이끼계곡은 우리나라 3대 이끼계곡으로 이미 이름 날대로 이름이 난 곳이다.
작년 9월에 다녀온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도 3대 이끼계곡에 이름을 올린 곳이었다.
https://wonhaeng.tistory.com/462
8폭 윗쪽에는 떠내려온 나무들이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끼계곡 9폭
도착시간 09:45
8폭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이끼계곡의 마지막인 9폭에 도착하게 된다.
왼쪽으로 갑자기 가팔라지는 등산로는 잠시 잊고 9폭을 먼저 만나보자.
출발한지 두시간 만에 이끼계곡 최상류에 도착했을만큼 산행시간에서는 손해를 보았지만 잊지못할 계곡 풍경은 넉넉하게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라 그런지 내 생각에는 9폭이 제일 아름다웠던것 같다.
오른쪽 숲속에서 물이 흘러 나온다. 그리로 계곡이 계속 이어지는듯 보이지만 더이상은 갈수가 없고,
갈래 갈래 찢어져 흘러내리는 물줄기는 거대한 폭포처럼 웅장하지는 않지만 이끼계곡만의 신비로움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진 이끼계곡을 만난것 같아 지금까지의 산행이 즐거움 이상의 느낌으로 남았다.
물소리 가득 한적한 산행과 힐링을 원한다면 여기까지는 추천할만한 코스임이 분명하다.
이끼계곡까지는 즐거운 트레킹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지금까지와는 길의 컨디션이 확연히 달라지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올라가야 한다.
정상 인증이 아니라면 계곡만 보고 여기서 그만 내려가도 뭐라할 사람은 없다.
가늘게 이어지는 계곡 풍경을 마지막까지 담아보고~
정글속에 와 있는 기분, 쥬라기 공원처럼 어디선가 랩터 한마리가 튀어 나와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가 않다.
물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이끼 낀 원시의 풍경이 이어진다.
숲이 조용해지니 비로소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고, 빨라지는 나의 호흡소리도 듣게 된다.
계단인듯, 계단이 아닌듯,
등산로는 거칠게 이어지며, 임도까지는 25분 가량 이런 길을 올라가하 한다.
장구목이 임도
도착시간 10:24
임도와 만나는 지점에서 잠시 숨을 돌려볼 수 있다. 현위치도 확인해 보고,
출발한지 2.6km를 올라왔고, 정상까지는 1.6km 남은 지점, 잠시 휴식하며 수분 보충도 충분히 해준다.
절반도 안남은 짧은 거리지만 이제부터는 급격한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경사도 면에서는 오색에서 대청봉을 올라가는 정도의 에너지가 필요한 가리왕산이다.
이끼류와 고사리가 뒤덮은 이 길은 분명 등산로가 맞다.
잠시의 여유도 주지 않는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지고, 조망이 터지는 곳은 여전히 없다.
미리 얘기하자면 정상까지는 조망이 없다고 보면 된다.
달달한게 땡기는지 버섯들이 맛있는 빵처럼 보인다.ㅋㅋㅋ
평평하고 납작한 돌계단은 이제 자연과 하나가 되었고, 초록 이끼들은 눈을 밝게 해주어 산행의 피로도를 풀어준다.
그래도 만만치 않은 경사도는 숨 쉬기도 벅차게 만든다.
바위 위에 뿌리를 내린 잣나무 곁으로 지나가는 중, 전형적인 육산인 가리왕산은 열리는 조망이 없는데도 전혀 심심하지가 않다.
붉은나무 라는 뜻의 주목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나무의 속 색깔이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화 불통지역이 많다보니 통화가능 장소가 또 한번 안내되어 있고,
낮아진 하늘은 정상까지 얼마남지 않아 보이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험한 오르막길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 속이 비어 이제는 죽어서 천년을 살아가는 주목도 보이고,
독특한 숲속 풍경은 가쁜 호흡마저 잠시 잊게 만든다.
임도에서 정상까지 1.6km 남았었는데, 이렇게 꽤나 올라왔다 싶은 거리가 겨우 400m였다니 멘붕이 오는건 당연하다.
휴식 공간처럼 넓은 숲속에 세워진 이정표는 또다시 100m를 줄였을 뿐이라고 말해주고,
다시 한번 잠시 쉬어간다. 그 흔한 의자 하나 없고, 인공적인 조형물이라고는 이정표가 전부인 날것 그대로의 가리왕산,
조금은 완만해진 오르막길을 걷게 되니 주변 소소한 풍경들도 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700m 남은 지점, 거리는 빼놓고 가리왕산 정상이라는 글자만 찍고 싶었다.ㅠ;;
독특하게 생긴 주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사방으로 가지를 뻗어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주목
근육질 몸매를 가진 주목은 건강한 듯 보이지만 뒤에서 보면 이렇게 속이 비어 있어 그 생명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갈라지고 부러지며 온몸이 상처 투성이지만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살아가는 주목,
줄줄 흐르는 땀은 어쩌고, 이끼가 잔뜩 핀 마지막 계단은 아름답기까지 하니 환장할 노릇이다.ㅋㅋ
정상삼거리
도착시간 11:49
신갈나무 한그루가 마치 신령처럼 서있는 정상삼거리, 장구목이 임도에서 1시간 25분이 걸려 도착했다.
숙암분교 방면 등산로와 합류하는 지점으로, 이제 정상까지는 200m만 가면 된다.
이후부터는 능선을 걷는 평탄한 길이 정상까지 쭉 이어지고 조망이 없던 숲에서 비로소 탈출한 느낌이다.
고사목 한그루가 산객들을 맞이해 주고 드넓은 산세는 안개구름에 휘감겨 있다.
가리왕산 상봉
도착시간 12:00
드디어 가리왕산 정상인 상봉에 도착했다. 출발한지 4시간 20분만이다.
이끼계곡에서 보낸 시간이 많다보니 산행시간이 의외로 오래 걸렸다.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높은 산으로, 태백산맥의 중심을 이루며 청옥산과는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남서쪽에는 청옥산이 솟아 있고, 구봉대산과 치악산이 조망되는데 멋진 산그리메를 보기에는 날씨가 허락하지 않는다.
휴양림매표소에서 올라오는 코스로 6.7km의 거리로 안내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이 조망되는 방향,
안개구름은 쉼없이 흘려가고 다시 유입되며 주변의 높은 고봉들을 가렸다가 보여주기를 반복하고 있다.
동남쪽에는 1,433m의 중봉, 하봉이 이어져 있다.
다시 내려가려면 칼로리 보충을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점심도 먹고 휴식을 취하며 하늘이 열리기를 기다려보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은 차량회수를 위해 장구목이 입구로 다시 원점회귀, 이정표만 보면 장구목이 코스가 힘들긴 하지만 가리왕산 최단코스인 모양이다.
하늘은 아쉽게도 더 흐려져 쉽게 열릴것 같지가 않으니 이만 내려가야겠다. 12시30분 하산 시작,
내려가는 길이라 시간은 단축될 수 있겠지만 심한 경사때문에 하산길도 만만치는 않다.
물기를 머금어 미끄러운 돌과 덜그덕거리는 계단 등 안전하게 내려가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13시15분, 장구목이 임도 도착,
13시35분, 이끼계곡 9폭에 도착, 다시 귓전에 계곡의 청량한 물소리가 가득해진다.
이끼계곡부터는 간간히 계곡풍경도 감상해가며 여유있게 내려갔다.
14시15분, 유일하게 계곡을 건너가는 나무다리에 도착, 이제야 숲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14시34분, 장구목이 입구에 도착, 내려올때는 2시간04분이 소요됐다.
반할만큼 아름다웠던 이끼계곡은 가리왕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래서 장구목이 코스가 힘든만큼 인기도 있는 코스인것 같다.
오늘도 좋은 산 하나 잘 걷고 간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안산하시고 언제나 행복하세요
Photographed by BayZer™
'+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 > 산행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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