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특별한 여행

2023. 5. 7. 10:31+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일상이야기

퇴원후 11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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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삶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길고 긴 여행처럼 지금도 계속되고, 그 여행은 끝이 없다.

 

 

힘든 여행에 부쩍 늙으신 어머니의 모습...

 

 

퇴원할 당시 병원 사람들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기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결국 그 사람의 의지라고 했다.

 

 

의지가 없었다면 이 긴 여행 또한 할수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삶이 꽃길 이었으면 좋겠다.

 

 

봄이 오면 꽃보러 가자던,
그러니까 건강해야 한다던 나의 잔소리도 이젠 일상이 되었다.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어머니는 나와의 약속을 건강으로 지키고 있다.

 

 

비록 200m정도 밖에 걷지 못해 앉아서 쉬어야 하지만
그렇게 쉬엄 쉬엄 걷는 발길이 무겁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삶이 웃음 가득한 날이었으면 좋겠다.

 

 

환한 미소 가득한 얼굴에는 많은게 담겨 있다.

 

 

일상의 즐거움도 있고, 삶에 대한 희망도 있고,
어느 때는 나를 바라보는 애처로움도 묻어난다.

 

 

하지만 그 마법같은 미소에 내가 숨을 쉴 수 있고,
내가 살아갈수 있는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나를 향해 지어주는 미소는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행복이다.

 

 

어머니의 삶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을때면 오히려 미안하다고 하신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무너지고 화가 나지만
가슴에 박히는 날카로운 말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말들은 언젠가 비수가 되어 나에게 되돌아올게 분명하다.

 

 

그때 후회한들 어머니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언제나 서로 곁에 있음을, 그래서 외롭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제 한살이라며 펴 보이는 검지손가락,

 

 

그 손가락 하나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 이야기는 아프기도 하고, 새로운 삶의 의지로도 들린다.

 

 

하루가 다르게 야위고 힘들어 보여 안타까워 할때면, 건강하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하기도 하신다.

 

 

한살 우리 엄마의 눈물은 이제 더이상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삶이 소소한 즐거움으로 가득했으면 좋겠다.

 

 

단순한 풍경 하나에 즐거워하고

 

 

남들 가보는 곳에도 다 가보고 싶어 하신다.

 

 

다녀와 이웃 친구들한테 전화로 자랑같은 이야기도 풀어 놓고,

 

 

뭉텅 뭉텅 빠지던 머리카락이 길어져 파마하는 날마저 특별하게 기억한다.

 

 

벚꽃 활짝 피는 날 꽃 보러 가자던 병원에서의 약속도 잘 지켰다.

 

 

나와 함께 걷는 운동시간이 매일 같이 기다려지고,

 

 

이렇게 얼굴을 마주보며 얘기할수 있어서 좋다 하신다.

 

 

비록 자세는 불편하지만 이 모든 순간이 즐겁다 하신다.

 

 

사진 뽑을때 주름은 싹 지워달라며 소녀같은 주문도 하고,,

 

 

예쁘게 나온 사진은 폰 배경으로 만들어 달라고도 하신다.

 

 

그런 소소한 즐거움이 나에게도 희망이고, 기쁨이다.

 

 

동네 한바퀴 도는 일이 이렇게 먼 여행일 줄은 몰랐다.

 

 

한밤중 울리는 벨소리에는 피곤함마저 느낄새도 없이 어머니 집으로 달려가야 한다.

 

 

때로는 응급실에 실려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당신 스스로가 더 건강해지려 노력중이다.

 

 

어느새 다시 태어난지 11개월...

 

 

남들이 말하는 기적처럼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중이다.

 

 

나 또한 이 모든것에 감사한다.

 

 

이 봄이 감사하고, 웃음을 잃지않고 잘 견뎌준 우리 엄마가 고맙고 대견하다.

 

 

"지금쯤 이팝나무가 피었겠네~"
오늘도 소소하지만 어머니와의 특별한 여행은 계속되고 있다.

 

 

희망처럼~~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