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메라를 들고 떠나다/일상이야기

[일상이야기] 무겁지 않으세요? 나의 카메라 이야기

BayZer™ 2024. 7. 17. 20:16

하늘이 성난 짐승마냥 으르렁 대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덥긴 했지만 날이 좋았는데,,

 

 

장마철임에도 요 며칠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멋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습한 날이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지만 이렇게 구름 좋은 하늘을 보면 교회 탑처럼 행복해지는 느낌이다.

 

 

땅이 부족해 건물들은 경쟁하듯 하늘로 하늘로 올라가고, 답답한 도시에도 하늘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 하늘 보기는 공짜다~^^

 

 

오늘은 카메라 정비하는 날, 장마기간에는 렌즈에도 곰팡이가 필 수 있다.
비를 맞았거나 습기를 먹었는데 배낭이나 카메라 가방에 그대로 방치 했다가는 고장나기 일보 직전이다.
험하게 쓴 느낌이 사진에 묻어나는건 느낌때문만은 아니라는거~ㅋ

현재 내 장비는 바디 니콘 3개, 렌즈 4개, 삼성 디카 하나~

Nikon D90, D300, D850
AF-S DX NIKKOR 10-24mm F3.5-4.5G ED
AF-S DX NIKKOR 16-85mm f3.5-5.6G ED
AF-S Micro NIKKOR 60mm 1:2.8G ED
AF NIKKOR 80-200mm 1:2.8D ED
SAMSUNG WB150F

 

폰 하나면 만사 OK인 요즘 세상에 이렇게 보유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오늘은 이렇게 모이게 된 썰을 풀어본다~^^

 

 

 

 

내가 최초로 사진에 발을 들이게 된건 SONY f707을 영입하면서 부터다.
오래전 조카에게 넘겼지만 아직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당근에 팔았다는 얘기를 들은것도 같고,,ㅋ

 

 

그 전에 필름카메라가 있었지만 가족여행에서나 한번 써볼까 나의 분신처럼 들고 다니지는 않았었다.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는데 일찍 디지털로 갈아탄 셈이다.
당시에는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던 F707, SONY의 최고 전성기였던 때라고 할 수 있다.

 

 

칼짜이즈 렌즈를 탑재했고 조리개 값이 밝았던 걸로 기억한다.
디지털로 갈아타면서 필름 값이 들지 않으니 회사 갈때나 여행 갈때도 매일 같이 들고 다니며 다양한 사진들을 찍었었는데 지금봐도 당시에 찍었던 사진들이 전혀 구리지는 않다. 아닐 수도 있고~

 

 

DSLR로 넘어오게 된 계기는 사촌형이 일때문에 4년간 해외로 나가면서 딸래미를 찍어주기 위해 나의 조언대로 영입했던 Nikon D70s를 나에게 넘겨 주면서다.
렌즈는 85mm 단렌즈로 인물용으로는 최고의 렌즈였다.

 

 

f707은 그때부터 자연적으로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DSLR의 철컥거리는 셔터소리와 그 결과물에 푹 빠지고 말았다.

 

 

인물사진을 찍으려고 가족들 아니면 축제 현장을 주로 찾았던 때이다. 단렌즈라 발줌의 수고는 해야 한다.
발줌이란 피사체를 앞뒤로 당길수 없는 고정 화각이라 발로 직접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해서 화각을 맞추는걸 말한다.

 

 

4년은 금방 흘러 사촌형이 돌아와 카메라를 다시 넘겨주면서 그 공허함에 D300을 영입하게 되었다.
나의 첫 DSLR, 당시 바디만 3백이 넘는 고가의 제품이었다. 정품박스는 아직도 가지고 있는데 당시에 찍었던 사진이 있을줄은 몰랐다.

이때가 2009년이었으니 발매된지는 2년이 지났지만 그때만 해도 D300은 이전 중급 기종에 비해 많은 변화를 주어 중급기를 훨씬 넘어서는 성능이었다.

 

 

이때 함께 영입하게된 10-24mm 광각렌즈, 광각렌즈로서는 최고의 화각을 보여주는 니콘 정품이었다.
렌즈설명까지 하자면 길어지니 여기서는 간단하게 표기하며 생략하고,

 

 

4년간 85mm 단렌즈만 쓰다보니 발줌 화각의 답답함이 있었는데 이건 넓어도 너무 넓어서 처음엔 적응이 되질 았았었다.

 

 

D300에 광각 마운트하고 첫 출사간 곳은 당시에 40년만에 개방 되었다는 북악산 서울성곽길,,
곳곳에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어 내가 이동할 때마다 무전으로 연락하며 매번 카메라에 담긴 사진들을 검사했었고 같은 말을 몇차례나 들어야 했다.
"내가 간첩 같은가 봐요?" 농담한건데
"군 시설물 찍으면 안되서 그렇습니다" 정색을 한다.

 

 

렌즈 첫 느낌은 왜곡이 심하다보니 어디를 수평으로 잡아야하나 여간 까다로운게 아니었다.
뭐 이런게 다 있어???
단렌즈를 쓰던 화각으로 자리잡고 찍으려하면 저멀리에 찍히게 되고, 눈을 옆으로 흘겨봤을때 오른쪽에서 왼쪽까지 다 찍히는 기분이었다.

 

 

무엇이든 점차 적응이 되는 인간인지라 사진 기술이야 어떻든 시원시원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화각이 너무 넓어 필요치 않은 것까지 담기는 것도 문제이긴 했다.

 

 

넓은 구도의 풍경 사진만 담다보니 85mm 쓸때의 심도 얕은 아웃포커싱이 그리워지고~
짜장면 먹으면 짬뽕이 먹고 싶은, 뭐 그런 이유~ㅎ

 

 

그래서 렌즈 하나를 또 영입하게 되는데,,
85mm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려고 쌩뚱맞게 갑자기 60mm 마이크로 렌즈를 들인 것이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더니 이럴줄 알았다니~

 

 

인물용으로, 접사용으로 두루두루 사용하면 좋을것 같아 구매했는데 결과물은 대만족~~

 

 

식물들의 미세한 부분까지도 선명하게 담을 수 있어 신비의 세계를 보는 느낌이었고,

 

 

눈으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을 들여다 보는 기분이 희열을 주었던것 같다.

 

 

나비들의 은밀한 사생활도 훔쳐보고, 하지만 거기까지~

 

 

담고 싶은 피사체가 항상 가까이에만 있는게 아니다보니 당겨 찍을 수 있는 망원렌즈가 절실해졌다.
왼쪽은 당시에 썼던 후드이고, 오른쪽은 다시 구입한 후드,
몇달전에 산에서 바위에 부딪쳐 후드가 깨져 새걸로 구해보려 했으나 국내에는 재고가 없고 해외에서 들여와야 했다.
후드만 13,000인가 했는데 벽돌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결제 후 잊고 있던 20일만에 도착한 귀한 아이^^
더 얄삽해지고 장착부분도 딱 맞아 현재까지 잘 쓰고 있다.

 

 

드디어 발줌에서 해방~
원거리의 피사체도 가깝게 당겨 찍을 수 있는 망원렌즈의 힘은 실로 대단했다.

 

 

하지만 비용을 아끼기 위해 VR기능 (손떨림방지기능)이 없는 렌즈로 구입한 탓에 이렇게 아침이나 그늘진 곳에서는 셔터스피드가 안나오니 사진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삼각대가 필수였다.

 

 

"무겁지 않으세요? 요즘 핸드폰도 잘 찍히는데??"
산에 다니다보면 정말 많이 듣는 말이다.
"작가님이시잖아,, 너랑 똑같아?!"

무거운건 맞고 작가님은 틀렸다.
카메라 들고 있으면 산 정상에서 여성분들이 먼저 사진 좀 찍어 달라고 폰을 건내곤 한다.
"사진 작가시니 잘 찍을거아냐~"
폰 촬영은 경험치가 낮기때문에 더 못찍을 수도 있는데 결과물을 보고는 그래도 다들 만족해 하셨다.
"어머, 나도~ 나 독사진 한장 찍어줘바요~" ㅋㅋㅋ
사실 누가 찍어도 다 그렇게 나오는 그림인데 그리 말해주니 고맙기도 하고~ㅎ

 

 

삼각대만 있다면 인물사진 찍을 때도 탁월한 결과물을 보여 주는 반면 삼척 이끼계곡 때처럼 삼각대 없는 결과물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삼각대 없이도 찍는 방법은 이렇게 밝은 날 숨 잘 참고 찍는거 ㅋ
VR기능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

 

 

동생이 폰으로 촬영하면서 넘겨준 안쓰는 카메라 D90에 망원을 마운트하고, D300에는 광각렌즈를 마운트해 함께 오랫동안 가지고 다녔다.

 

 

사진 찍는 재미로 주말이면 집에 있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60mm 마이크로 렌즈는 기억속에서 서서히 잊혀져 갈 때쯤,

 

 

산을 다니며 산행기를 쓰기 시작하다 보니 찍는 사진량에 비해 D300 메모리가 턱없이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용량이 큰 메모리 카드를 구입했는데 읽지 못하는 일이 발생해 지금까지도 못쓰고 있다.
D300, D90 모두 광각용으로만 쓰자니 보급용이었던 D90의 광각 마운트시 화질이 문제였다.
게다가 10만 컷이 넘어가면 셔터박스가 고장난다는 소리도 들었던 터라 이미 10만컷에 육박하는 D300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D90은 퇴출시키고, 메인이었던 D300을 서브로 돌리고 D850을 영입,

 

 

D850에는 16-85mm VR 표준줌렌즈를 장착했고, 혹시 몰라 D90은 선반에 장식용으로 일단 올려 놓았다.

 

 

그리하여 현재 완성된 화각은
D850에 16-85mm를, D300에는 80-200mm를 마운트,
광각면에서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광각에서 망원까지 모두를 아우르게 되었다. 결국엔 표준줌렌즈 ㅋㅋㅋ

 

 

산에 갈때는 이제 줌렌즈 하나만 가지고 다니는데, 최근 산에서 16-85mm렌즈 후드가 깨져 초강력 본드로 붙였더니 이가 맞지 않아 헐렁헐렁~
망원렌즈 후드를 해외에서 받은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도 속는셈 치고 후드 값 10,000원을 결제하고 통관고유부호 알려주고, 잊은듯 22일이 지나 먼지구뎅이에서 굴렸나 꾀재재한 조그만 박스 하나가 문앞에 덩그러니 쓰레기처럼 놓여 있었다.
정품은 아니었지만 아주 잘 맞았다. 그런데 다시 양구 봉화산에서 내려오다가 후드를 분실~
등산로에 떨어졌으면 발견할 수 있을것 같아 일행들은 먼저 내려가라 하고 다시 올라가며 찾아보는데,,
내려오는 산객들에게 물어보니 발견 됐을리가 없지ㅠ;; 등산로 옆으로는 풀이 무성한 산비탈이라 어디 떨어졌을줄 알고,,,ㅠ;;
현재는 그냥 후드 없이 가지고 다니는데 신경 안써도 되니 너무 편하다.

 

 

똑딱이는 조카가 쓰던걸 선물(?) 받은건데 요즘엔 다들 폰으로 찍다보니 너나 할거없이 안쓰는 카메라는 나에게 분리수거 중이다.
산에 갈때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동영상 촬영용으로 쓸까 했는데,, 나 역시 동영상과 파노라마는 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중이다ㅋㅋ
이제 카메라 썰은 그만 풀고 렌즈청소 해야 하는데~~~

 

 

 

 

 

저녁시간 뜨거웠던 한낮의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간다.
폰 촬영은 내게 있어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 색감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화질면에서 차이가 나긴 하지만 색감은 카메라보다 한수 위인것 같다.

 

 

어느새 초복도 지나고 하얀 물감을 흩뿌린 듯한 하늘, 행복한 일들이 하늘에 총총총~

 

 

빗물 고인 길 위에는 은하수가 내려 앉았다.
아,, 내가 폰보다 무거운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는 화질면에서 아직은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소소한 일상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Photographed by BayZer™